남욱 “유동규에 건넨 돈 ‘윗분’들에 전달된 것으로… 이재명 재선 시장선거엔 최소 4억”
"주점·일식집·골프장서 유동규에 쇼핑백 담아 3억25000만원 건네. 김만배에게 12억5000만원 전달했는데 이 시장 투표에 활용하기 위해 종교단체에 지급하는 자금 등으로 쓰인 거로 알고 있다" 밝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일식집과 유흥주점 등에서 3억2500만원을 쇼핑백에 담아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측 지분이 대장동 사업 수익 4040억원 중 가장 많은 약 1208억원을 배당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 자회사 천화동인에 포함돼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얻은 수익으로 4억~5억원가량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예상된다.
나아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금 명목인 700억원 중 각종 경비를 제외한 428억원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에 지급하려고 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남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자신이 유 전 본부장에게 총 3억2500만원을 전달했으며, 이 돈의 상당수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건네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과 긴밀하게 소통하기 위해 별도의 휴대폰을 만들었다"며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 일식집, 스크린골프장, 집 등에서 자금을 쇼핑백에 담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의 요청에 따라 유흥주점에서 7000만원, 일식집에서 9000만원, 스크린골프장에서 1억원 등 총 3억원이 넘는 돈을 전달했다. 현금 뭉치는 출처 노출을 우려해 매번 띠지를 제거했다고 한다.
그는 또 "(일식집에서 건넬 때) 유 전 본부장은 돈을 받자마자 다른 방에서 가서 누군가에서 전달하고 왔다"며 "자금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재창(위례자산관리 대주주)씨와 공동 조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유 전 본부장)이 쓰겠다고 한 돈은 2000만원 정도이고, 소위 얘기하는 형들(정진상, 김용)한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대부분의 돈이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다른 ‘윗분’들한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부동산 개발업자 이모씨로부터 위례 신도시 사업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은 22억5000만원 중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선거자금에 4억~5억원을 전달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2014년)선거기간 중에 이 시장 측에 전달된 금액이 최소 4억원 이상은 된다"고 말했다.
또 "김만배에게 12억5000만원을 전달했는데 이재명 시장 투표에 활용하기 위해 종교 단체에 지급하는 자금 등으로 쓰인 거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대장동 일당들이 이재명 당시 시장의 재선을 위해 불법선거자금을 마련했고, 종교단체 인사를 통해 선거운동을 지원했다는 내용은 검찰이 집행한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압수수색 영장에도 적시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또 '김만배씨가 2014년 5월 무렵 강한구 당시 성남시의회 의원에게 4000만원을 제공한 이유가 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제가 이재명 시장의 재선 선거자금을 대기 위한 일환으로 강 의원의 선거자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아울러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시장실 지분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의 이러한 발언은 '조사 당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 말해달라'는 검찰 측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날 오후 재판에서도 "24.5%가 확정적으로 이 시장 측 지분이라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김만배가) 정진상, 김용 이름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천화동인 1호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해 특혜 의혹을 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자회사로 앞서 검찰 조사에서는 이 대표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 대장동과 위례 개발사업에 이 대표가 관련된 것으로 적시하면서 실소유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방식과 지분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 측에서 당시 대장동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자신을 내치려 했다는 증언도 내놨다.
대장동 일당은 대장동 개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참여하려고 남욱을 대주주로 '서판교자산관리' 회사를 설립했으나, 이후 서판교자산관리회사는 사업 공모에 참여하지 못했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가 저를 부르더니 이재명 지사가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안 준다고 하니 빠져라"고 말했다며 "새로 법인 설립해서 자신 명의로 할 테니 믿고 빠지라고 해서 서판교 사업을 못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진상, 김용과 의형제 맺은 김만배가 얘기하면 그쪽에서 얘기됐다고 생각해서 (사업 포기를) 받아들였나'는 검찰 질의에 "인·허가권자가 그렇다니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김만배씨가 수익금 분배 명목으로 유 전 본부장에서 수백억원을 전달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측근이 깊숙이 관여됐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가 428억원을 최종적으로 주려고 한다고 알려줬고 이 내용을 강남의 술집에서 유 전 본부장을 만나 종이에 써서 '428억원을 준답니다'라고 설명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금액이 전부 유 전 본부장 몫이었냐'는 질문에는 "최소한 정진상, 김용이 이걸 공유하고 오히려 의사 결정은 정 실장이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정 실장이 직접 경선자금 20억원을 요구했던 사실도 알게 됐다"고 답했다.
김만배 측에서 남 변호사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자금 경로로 활용한 이유에는 "그 정도의 금액이 전달되는 게 무서워서 그랬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가 약간 불화가 생기면서 신뢰가 깨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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