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 계열사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며 인사제도의 대전환에 나섰다. 기존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를 완전히 뒤엎고, 직무 가치와 전문성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구조로 급격히 전환하는 것이다. ‘롯무원’이라 불릴 만큼 보수적이던 롯데 조직문화에 메스를 들이댄 배경에는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 부진과 ‘유동성 위기설’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는 더 이상 ‘근속연수=연봉’ 공식이 통하지 않는, 일하는 만큼 보상받는 구조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 40개 직무, 5등급 세분화…핵심직군에 파격 보상
롯데는 계열사별로 약 40여 개의 직무를 선정하고, 각 직무를 난이도·중요도·대체 가능성·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1~5등급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의 상품기획(MD), 롯데웰푸드의 마케팅 등은 레벨5와 같이 높은 등급을 받는다. 등급이 높을수록 기본급도 높아진다. 연구개발(R&D), 사무직, 생산관리, 판매직 등 수만 명이 대상이며, 일반 생산직은 제외된다. 기존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와 달리, 동일 연차라도 직무 등급에 따라 연봉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 기존 연봉은 보장, 상위직군에 추가 보상…성과급제와 결합
롯데는 직무급제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연봉을 유지한 채, 상위 등급 직군에만 추가 급여를 주는 방식을 채택한다. 즉, 기존 임금이 깎이지 않으면서, 더 중요한 직무를 맡은 직원에게만 파격적인 보상이 돌아간다. 또한, 직무급제와 성과급제를 결합해, 낮은 등급 직무라도 개인 성과가 뛰어나면 성과급으로 만회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로써 ‘더 중요한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직원’에게 실질적으로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 인건비 재분배, 내부 반발과 노조 협상 변수
이번 직무급제는 단순히 임금체계 혁신을 넘어, 인건비 재분배 효과도 노린다. 오프라인 인력 비중이 큰 유통업 특성상, 핵심 직군에 보상을 집중하고 비핵심 인력을 줄이면 인건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등급이 낮은 직군에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내부 반발이 불가피하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체계 개편에는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 동의가 필수인 만큼, 각 계열사는 노조와의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 ‘공무원식’ 롯데 탈피, 혁신 인재 확보 승부수
롯데의 이번 직무급제 도입은 단순한 임금체계 개편이 아니라, ‘공무원식’ 조직문화를 벗어나 ‘일하는 문화’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혁신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구조로 바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롯데는 고레벨 직군 전환 기회를 직원들에게 열어두며, 더 힘든 업무에 도전하는 직원에게는 더 큰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 롯데발 ‘직무급제’ 바람, 대기업 인사혁신 촉매될까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직무급제를 전면 도입한 곳은 롯데가 처음이다. 삼성 등도 직무급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내부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롯데의 이번 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연공서열에 묶인 국내 대기업 인사제도의 혁신을 촉진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롯데의 ‘직무급제 실험’이 조직 생산성, 인재 확보, 내부 갈등 등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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