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고라] AI 시대와 인텔리전스 안보
인간 직관을 넘은 데이터 분석
AI 주도 융합 인텔리전스 시대
간첩법 개정·법적 기준 확립해
기술 자립·정보 우위 확보해야

국제정치·경제의 분쟁·전쟁 현장은 더 이상 물리적 영토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산업, 금융·IT·AI라는 공간과 기업·정부의 극비 정보 영역까지 구체적 전쟁 대상이 되었다. 치열한 전쟁 승패는 ‘방첩’과 ‘정보’가 관건이다. 인텔리전스는 단순 정보 수집을 넘어, 수집·가공·분석의 고밀도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정책 결정자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생존의 정제된 ‘병기’다. 여기에 군사비용과 비슷하게 막대한 투자가 드는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강대국은 인텔리전스를 국력 핵심 인프라로 정의했다. 미국은 국가정보국(ODNI) 중심으로 CIA, NSA, FBI 등 18개 기관 정보공동체(IC)로 패권 기반을 삼으며 국제사회와 우주도 감시한다. 중국은 국가안전부(MSS)를 정점으로 당·군·국가를 일체화해 통제와 대외 공작을 결합해 운영하는데, 2017년 ‘국가정보법’은 기업과 개인 정보 협력도 의무화했다. 러시아 역시 GRU와 FSB를 앞세워 하이브리드전·사이버 심리전을 전략 핵심 수단으로 정했다. 이들에게 인텔리전스는 자국 전략을 보호하는 방패이자 상대방 의사결정을 교란하는 창이다. 결국 인텔리전스는 평화·전쟁 시기를 불문하고 ‘국가 유비무환의 창과 방패’가 된다.
우리나라는 명목 GDP 세계 13위권 중견 선진국이자 세계 5~10위권 수출 대국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 성과 뒤에는 치명적 위협도 있다. 최근 5년간 해외 기술 유출 시도는 105건, 피해액은 약 23조원으로 그 중 39%가 반도체 기술에 집중된 것이라 한다. 산업 기술·인재 유출과 스파이의 국내 활동은 국방, 과학기술, 산업,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응할 수단이 부족하다. 현행 형법 제98조 간첩죄는 ‘적국’(북한)만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우방국이나 제3국, 국제 테러 단체가 국가 기밀, 첨단 기술을 탈취해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최근 범위를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려는 개정 논의를 보이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AI의 혁신도 인텔리전스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인간 직관을 넘은 데이터 분석과 AI가 주도하는 ‘융합 인텔리전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팔란티어는 정부·군·대기업에 빅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을 제공하는 AI 기업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정제해 패턴 분석과 시뮬레이션으로 전략적 결정을 돕는다. 이는 테러 추적, 군사작전, 범죄 수사만 아니라 금융·제조·의료·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결국 인텔리전스도 AI와 결합하기에 ‘소버린 AI’(데이터와 인공지능 영역으로 확장된 주권)는 더욱 주목받는다. 국가 안보와 국익 그리고 평화를 위해 인텔리전스와 AI는 필요불가결하다.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는 소버린 AI와 함께 최정상급 인텔리전스 시스템 구축으로 국내 인재 확보와 먹거리 확대로 국익을 증대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영국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이스라엘은 고교 영재를 선발해 국방 과학 인재로 육성하는 ‘탈피오트’ 프로그램으로 세계 최강 기술 정보부대인 ‘8200부대’를 운영한다. 이들이 전역 후 설립한 보안 기업은 나스닥을 장악하며 국방 투자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 영국 GCHQ 산하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정부와 민간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사회 전체 접근법’으로 종합 사이버 회복력을 높였다.
인텔리전스란 숨은 곳에서 작동하는 국가 핵심 동력이다. 요체는 ‘지피지기’로 상대를 잘 파악하고, ‘수성’(守城)’으로 핵심 자산을 지키지 못하면 어떤 경제적 번영도 ‘사상누각’이 된다. 아직 형법 제98조 개정도 미완인 상황에서 AI 인텔리전스로 도약하려면 할 일이 많다. 정부와 국회는 간첩법 개정 및 법적 기준 확립과 소버린 AI 및 OSINT(오픈 소스 인텔리전스) 역량 강화로 기술 자립과 정보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력·국익 증강의 길이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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