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4만전자" 우려가 현실로...시총 300조원도 붕괴

외국인 12거래일 연속 매도…기관·개인 저가 매수세도 역부족
"삼성전자 HBM 낙관적 전망에 대한 예측 실패 인정"
SK하이닉스 등 반도체株 '우수수'...트럼프 보호무역에 반도체산업 타격 우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타격, 고대역폭 메모리(HBM)시장에서의 부진 등의 악재가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4만전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5만원 선마저 내주면서 투자자들은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며 울상이다.

MTS 삼성전자 차트. / 생생비즈

14일 삼성전자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 끝에 4년 5개월 만에 '4만전자'로 밀려났다.삼성전자는 지난 5거래일간 주가가 13% 넘게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300조원을 내줬다. 이날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97조8921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예측 실패를 인정하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주가하락의 끝을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8% 내린 4만9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는 지난 7일 종가 5만7500원을 기록한 뒤 5거래일간 연속 하락 13.22%나 떨어졌다. 지난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900원와 같다.

주가는 장 초반 0.79% 하락하면서 5만200원까지 내렸다가, 한 때 2.37%오른 5만1800원을 기록하며 5만2000원대 회복까지 노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장 후반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마감 직전 매물이 쏟아졌다. 결국 5일 연속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도 477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총 3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저가매수에 나서 각각 3724억원과 773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주가를 지켜내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4만전자로 주저앉자 이례적으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8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HBM의 매출화 시기에 대한 예측 실패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면서도 주가 반등 시기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D램의 코어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가 차기 제품인 HBM4 공정 개발에 총력을 다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참여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의 문제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의 주가에 부정적이다.

새로 들어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무역분쟁이 고조될 경우 반도체 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미국 주식시장에도 삼성전자와 같은 영향을 줬다.

전날 뉴욕 증시에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00% 하락했고, AMD와 텍사스인스트루먼츠, Arm홀딩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은 3% 넘게 떨어졌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전거래일보다 5.41%나 급락한 176만3000원으로 하루를 마쳤다. 장중에는 6.12%까지 낙폭을 키우며 17만17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또 한미반도체(-1.22%), 피에스케이홀딩스(-5.59%), 테크윙(-3.10%) 등 국내 주요 반도체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인공지능(AI) 시설투자(캐펙스·CAPEX) 흐름과 그에 따른 반도체 업종의 수혜를 잘 보여주는 미국 제조업 건설투자가 둔화하고 있다...과감한 베팅보다는 데이터 증가 여부를 확인하고 접근하는 게 안전해 보인다"
- 하인환 KB증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