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Mania, 빈티지와 현대 기기가 만드는 사람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문화주소 동방 - 홍성호 대표
문화주소 동방의 대표 홍성호 씨가 피아노 건반을 뒤로 하고 있다. 아파트에서는 큰 음량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없어 자신만의 감상 공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그의 취미활동이 50여 평의 근사한 문화공간 개설로 이어졌다. 재즈 공연 등을 위해 마련한 그랜드 피아노는 현장감 있는 소리를 좋아하는 그가 가장 아끼는 중심 악기다.
부산 송도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문화주소 동방’은 의료기기상사를 운영하는 홍성호 대표가 마련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인문학 강좌를 비롯해, 국내외 작가들의 미술 전시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과 강좌가 열리는 이곳은 모든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개방되는 열린 곳이기도 하다. 문(文)화(畵)주(酒)소(所)를 한자 한자 풀어보면 이 장소를 기획한 사람의 생각이 전해진다. 바로 술(酒) 때문이다. 이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든 프로그램은 뒤풀이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참여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한 잔의 술은,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삼십년 전 부산의 자작오디오 제작자로부터 구매한 300B 싱글 앰프로 본격적인 음악 감상과 오디오의 길에 들어섰다는 홍 대표는 음악을 듣기 위해 공간을 마련했고, 좀더 많은 이들과 교류하기 위해 일반에게 개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극장용 스피커인 알텍 A5와, 가정에서 극장 수준의 재생을 원하는 오디오 애호가를 위해 특별히 설계되었다는 알텍 820A가 설치되어 있다. 빈티지 스피커 이외에도, JBL DD67000 에베레스트, 탄노이 K3808 유닛(국내 제작한 오토그라프 인클로저에 내장)과 함께 JBL L100 클래식 75주년 기념작, 클립쉬 헤레시 2 등의 북셀프 스피커도 설치되어 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동방의 스피커는 발매년도에 따라 그 시대의 앰프로 구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비교적 신작 스피커인 JBL DD67000 에베레스트는 매킨토시 C200 프리와 MC1201 모노블록 파워로 구동하고, 탄노이 K3808 유닛을 오토그라프 인클로저에 실장한 스피커는 마크 레빈슨 프리와 파워가 담당한다. 북셀프 스피커인 L100 클래식은 JBL SA750 인티앰프로 구동된다. 빈티지 스피커인 알텍의 A5와 820A에는 클랑필름 진공관 모듈을 채택한 프리와 알텍 모노블록 진공관 파워 앰프가 연결되어 있다.
소스기기를 알아보자. CD 소스 재생을 위해 매킨토시 MCD301, 와디아, 데논, 마란츠 등의 CDP가 사용되고, LP 재생을 위한 야마하 GT750과 파이오니아 XL-1550 LP 플레이어가 운용된다. 최근에는 하이파이로즈의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도입되어 휴대폰 음원 재생도 가능하게 되었다. LP 재생을 위한 플레이어와 카트리지를 실용적인 제품으로 선정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열린 공간의 특성상 비전문가가 기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보니 여러 차례 고가의 바늘이 부러지고 턴테이블과 기기 고장이 종종 발생했다고 한다.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기로 교체하고 보니, 일반인들이 기기를 조작할 때마다 노심초사하는 일도 줄었단다. 장소에 맞는 기기를 고르는 일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스피커별 동작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REW(Room Eq Wizard, 무료 버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주파수에 따른 스피커 음압 크기(SPL)를 측정하였다. 본 실험과 같이 무향실 조건이 아닌 일반 공간에서, 기초적인 계측 설비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는 상대적인 음향 경향을 나타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물론 측정 결과를 반영해 중·고역 어테뉴에이터를 조절하고 설치 위치를 바꾸면 주파수 응답이 확장된 그래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결과가 청취자가 선호하는 음향 특성과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여러 사람들의 귀를 통해 결정된 스피커 설치 위치와 중·고역 감쇠 값을 기준으로 튜닝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본 측정에서는 스피커의 감쇠값을 건드리지 않고 주파수 대역별 음압 곡선을 구했다. 다만 북셀프인 JBL L100 클래식 스피커는 조절이 쉽고 원래 값이 0dB에 맞춰져 있었기에 반복해 측정하면서 감쇠량과 위치를 반복적으로 변경해 그래프상 최적의 곡선을 구현했다.
옛 글에, 좋은 사람과 같이 있다는 것은 난초꽃 향기가 가득한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고 했듯, 미술 전시나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과 나누는 담소에서 우리는 사람의 향기와 따스한 온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 잔의 술이 곁들여 진다면 더욱 좋겠다. 현재 동방에서는 박헌미 작가의 한국화 석채 작품이 전시되고 있고, 7월 초에는 재즈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 여러분들과 서로의 온기를 나누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