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돌아온 술 없는 12월’... 연말 대목 앞둔 주류업계, 탄핵 한파에 한숨

탄핵 대치 정국 장기화 우려에 술 주문 줄어
김빠진 연말 신제품 프로모션
자영업자 주류대출 부실화 위험

 

주류업계가 연중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을 맞았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술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주류업계는 8년 전인 2016년 11월 시작한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이미 한 차례 치명타를 입었던 전례가 있다. 당시 연말 성수기에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면서 식당과 가정에서 술을 마시는 수요가 급감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시기보다 경기가 더 불안하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점을 들어 술 소비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이전보다 오래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10일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주요 주류 제조사와 도매상들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소비 심리 악화가 겹치면서 잦아든 연말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마포 일대 주류 공급을 담당하는 한 주류 종합 도매상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후 소주와 맥주 주류 주문량은 예년보다 25%가량 줄었다. 주류 도매상은 주류 제조사에서 받아온 소주·맥주 등을 식당·주점 등에 납품한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같은 주요 주류 제조사는 한창 연말 특수를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분위기를 띄우던 차에 탄핵 정국을 맞았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 크리스마스 한정판을 선보였다. 이 맥주는 700여 년 전 벨기에 뢰벤 지역 주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공했던 맥주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지난달 맥주 테라 크리스마스 에디션과 소주 진로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각각 출시했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소속 회원사 관계자는 “연말에는 회식과 송년회가 이어져 보통 주류 냉장고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주문이 매일 들어오는데, 지난주부터 소비량이 주문량보다 적다며 발주를 줄이는 업주들이 많아졌다”며 “시위나 집회가 이어지는 여의도나 광화문 지역은 예약 취소가 많아 앞으로 발주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일부 주류 도매상들은 주류대출 회수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다.

 

주류대출은 자영업자들이 주류 도매상에서 수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쓰는 대신, 주류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매달 일정 규모 이상 주류를 주문하는 제도다. 보통 짧게는 10개월, 길게는 20개월 정도 대출 계약 기간을 책정한다.

 

대출 규모는 매달 주문 액수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1000만원을 빌리려면 매달 공급가 기준 최소 200만원 정도를 주류 도매상에 결제해야 한다. 약속한 결제 금액을 맞추지 못하면 제2금융권보다 높은 고액 이자가 발생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보통 자영업자들은 연말 성수기에 술 소비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이 시기 결제 금액을 높게 잡아둔다”며 “예상만큼 술이 팔리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한 달이라도 원금이 밀리면 집기 압류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술 소비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탄핵까지 장기전이 예상되는 데다, 이후 청문회나 특검 조사 같은 지난한 과정까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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