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소비시장 크로스오버] CJ올리브영, 유통 넘어 PB로 K뷰티 '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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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와 J컬처가 국경을 넘어 교차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집중 조명합니다. K브랜드의 일본 진입과 J브랜드의 한국 재진출 사례를 보며 양국 소비시장의 연결고리를 분석합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CJ올리브영이 K뷰티 성장세와 국내 매장 포화라는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국가로 일본을 낙점했다. 이에 따라 한국처럼 헬스앤뷰티(H&B)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자체브랜드(PB) 유통을 확대해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지 유통망과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인지도를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는 K뷰티 특화매장을 출점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글로벌 확장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8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4월 일본지역본부를 직접 방문해 CJ올리브영의 진입을 비롯한 신사업 기회 발굴을 주문했다. CJ올리브영은 일본을 북미와 함께 글로벌 진출의 ‘최우선 전략 시장’으로 확정하고 지난해 5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올 1월에는 브랜드 사업 강화를 위해 60억원을 추가 출자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본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한 것은 K뷰티가 현지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K뷰티는 최근 3년(2022~2024년) 연속 일본의 화장품 수입액 1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 한국산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1.9% 증가한 2억7000만달러(약 3753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 26억달러(약 3조6147억)의 10.4%에 달한다. 2023년 기준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 점유율도 약 9%에 이르렀다.

CJ올리브영이 글로벌 사업 확장 기조에 맞춰 브랜드 로고를 리뉴얼했다. 새로운 로고가 적용된 매장 전경 예시 /사진 제공=CJ올리브영

국내 시장 포화도 일본 공략에 힘을 보탰다. 올리브영은 K뷰티 열풍을 타고 꾸준히 성장했지만 매장 확장은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장 수는 2020년 1259개에서 지난해 말 1371개로 늘었으며 현재 전국에서 14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회사는 가맹점 수를 줄이는 대신 ‘올리브영N 성수’나 ‘센트럴 강남 타운’ 등 주요 상권에 체험형 매장을 선보이고 프리미엄 상품군을 확대하는 등 질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일본이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소비 성향도 유사한 데다 최근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북미와 더불어 올리브영 글로벌 진출의 최우선 전략국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PB 중심 일본 시장 공략

CJ올리브영은 일본에서 H&B 매장 대신 PB로 입지를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PB는 유통비용을 줄이고 마진율을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 자산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여기에 K뷰티 열풍이 맞물리며 제품 경쟁력을 앞세운 수익성 강화와 매출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계 방향으로) CJ올리브영의 주요 PB인 컬러그램·바이오힐보·브링그린·웨이크메이크 /사진=CJ올리브영 홈페이지

CJ올리브영은 현재 △바이오힐보 △브링그린 △웨이크메이크 △컬러그램 △라운드어라운드 △딜라이트프로젝트 등 10여개 PB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7개는 일본 주요 온오프라인채널에 이미 입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 내 PB 매출은 전년 대비 3.5배 증가했고, 2020~2024년에는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회사는 일본 시장에 로프트(LOFT) , 플라자(PLAZA) , 아인즈&툴페(AINZ&TULPE) , 핸즈(HANDS), 앳코스메(@COSME) 등 강력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이미 자리를 잡아 이들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브랜드 중심의 차별화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해외 진출 실패 경험도 매장 출점에 신중함을 더했다. 올리브영은 2014년 미국, 2018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현지화가 미흡해 결국 오프라인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이에 무리한 매장 확장 대신 소규모 실험과 온라인채널을 병행하며 시장성을 점검하는 전략을 택했다. 앞서 2023년에는 도쿄 하라주쿠·오모테산도 등 트렌디한 상권에 PB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살폈고, 이듬해 신주쿠 쇼핑몰에 바이오힐보 단독매장을 열었다. 동시에 글로벌몰을 통해 외국인의 주문을 받아 전 세계 150여개 국가에 약 2만종의 뷰티 제품을 배송하고 바이오힐보·웨이크메이크 등 주요 PB 수출도 강화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올리브영 생태계’ 구축할까

업계에서는 K뷰티 열풍과 PB 성장세가 맞물리며 장기적으로 일본 내 전략매장을 출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단순 화장품 편집숍이 아닌 ‘K뷰티 전용 매장’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울 경우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PB와 글로벌 온라인몰을 이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뒤 매장을 열 경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시너지도 기대된다. 올 상반기 국내 올리브영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6.4%로 글로벌 인지도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일본은 오프라인 소비 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23년 8월 발간한 ‘전자상거래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전체 소매시장의 전자상거래화 비율 가운데 화장품·의약품은 8.2%에 불과했다. 이는 일본 소비자의 약 90%가 여전히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구매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뷰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일본에서 슈퍼마켓·드러그스토어·버라이어티숍·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화장품 소비자들이 사용감이나 색상 등을 직접 확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온라인 비중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지만, 올리브영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접근성과 인지도를 높인다면 양쪽 채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 측은 일본 매장 오픈에 대해 “글로벌 사업 강화 차원에서 일본 시장 역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진출과 관련해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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