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녀 이름에 ‘희귀 한자’ 사용 제한한 가족관계법 합헌”
반대의견 “전산상 구현 가능 한자는 허용해야”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제한하는 현행 법 규정은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사회 구성원들이 통상적으로 읽고 쓸 수 있는 한자로 이름용 한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청구인 A씨는 딸의 이름에 ‘예쁠 래(婡)’자를 넣어 출생신고를 하려다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할 수 있는 이름용 한자인 ‘통상 사용되는 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거부당하자 2023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주고자 하는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혼인과 가족생활의 자유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름에 사용 가능한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법 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이 중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헌재는 2016년 7월에도 같은 조문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재판관 9명 중 6명의 다수 의견으로 기각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결론을 냈다.
헌재는 “한자는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다”며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한자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확인해 정해 둘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않는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 오자(誤字)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위험이 있고, 일본식 한자 등 인명에 부적합한 한자가 사용될 가능성이 증가해 자녀의 성장과 복리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다.
앞선 2016년 결정 이후 9년 9개월 사이 규칙이 3차례 더 개정돼 인명용 한자 수가 9389로 늘어났고 이는 중국이나 일본의 인명용 한자보다 많은 숫자인 점도 고려했다.
헌재는 “개명이나 출생신고 추후보완신고 절차를 통해 추가된 인명용 한자를 등록하는 구제 수단도 존재하고,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한자로 자녀 이름을 지어 사적 용도로 쓸 수 있다”며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 4명은 다수 의견에 반대하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를 결정하고 사용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행정업무 체계가 대부분 전산화되어 전자문서가 보편화됐다”며 “자형과 음가 정보가 확정돼 전산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한자라면 이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름에 쓸 수 있게 하며 기준이나 범위를 확정하는 위원회를 두는 등 범위를 대폭 늘리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홍윤지 기자 h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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