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직접 만들겠다"…인도네시아, KF-21 부품 생산 자처한 이유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가 드디어 첫 수출의 문턱을 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단순히 완제품을 사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도 일부를 직접 만들겠다"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죠.

수출국이 생산에까지 참여하겠다는 이 제안,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방산 수출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KF-21, 드디어 첫 수출 계약이 눈앞에


복수의 정부 핵심 당국자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정부와 인도네시아는 KF-21 수출을 위한 협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3월 말로 예정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이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인도네시아 측 간에 KF-21 16대 수출 계약 협약이 체결될 예정이죠.

물론 최종 계약은 양국이 금액을 조율한 뒤 올해 상반기 중에 정식으로 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원래 KF-21의 공동개발국입니다.

개발 초기에는 총 48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문제로 인해 우선 16대를 먼저 들여오는 방향으로 규모를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숫자는 줄었지만, 첫 수출 계약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막중합니다.

KF-21이 국제 무기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PTDI가 만들고, 한국이 조립한다


이번 협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현지 생산 방식입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인도네시아가 먼저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기체는 국내에서 생산하되, 일부 부품은 인도네시아의 국영 항공우주기업인 PTDI(PT Dirgantara Indonesia)가 제작하고, 이를 다시 국내로 들여와 최종 조립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인도네시아가 KF-21의 일부 부품을 하청 생산하는 구조입니다.

비행기의 '심장부'는 한국이 맡고, 나머지 일부 구조물이나 부품을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 납품하는 방식이죠.

이는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인도네시아의 항공 산업 역량을 키우면서도 한국의 기술 주도권은 철저히 지키는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KT-1이 먼저 걸어간 길


이런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한국에는 이미 성공적인 선례가 있습니다.

바로 국산 기본훈련기 KT-1입니다. 2010년 터키와 KT-1 40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을 때, KAI는 첫 다섯 대만 완제품으로 수출했습니다.

이후 35대는 터키항공우주산업(TAI)의 앙카라 공장에서 동체를 하청 생산하고, KAI가 공급한 날개와 주요 부품을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2012년 페루 수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T-1P 20대 중 16대는 국내에서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페루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죠.

이 경험들이 쌓이면서 KT-1은 터키와 페루를 발판으로 주변국들로 수출이 점차 확대될 수 있었습니다.

KF-21도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우려도 있지만, 기대가 더 크다


물론 우려의 시각도 존재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현지 생산 역량이 KF-21과 같은 4.5세대 전투기 부품 제작에 충분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KT-1은 프로펠러 방식의 기본 훈련기였던 반면, KF-21은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투기입니다.

요구되는 부품 정밀도와 제조 기술의 수준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기대감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전체 도입 비용의 일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재정 부담을 낮춰줌으로써 안정적인 계약 이행을 담보할 수 있죠.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인도네시아, 동남아 수출 거점이 될 수 있을까


외교 소식통은 "과거 KT-1이 현지 생산 방식을 통해 주변국들로 수출이 확대된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KF-21의 동남아 수출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희망 섞인 전망만은 아닙니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여러 국가가 노후 전투기 대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인도네시아가 생산 파트너로 참여한 KF-21은 가격 경쟁력과 역내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무기를 동시에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PTDI가 KF-21 부품 생산에 참여하게 되면, 인도네시아는 자국 공군의 운용은 물론 역내 유지보수(MRO)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됩니다.

이는 동남아 국가들의 KF-21 구매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입니다.

KF-21, 이제 '수출형 전투기'로 도약한다


KF-21 보라매의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문제로 긴 진통을 겪었고, 수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KF-21은 첫 수출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 대상국을 생산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한층 성숙한 방산 외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6대라는 숫자가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지면, 그 다음은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법입니다.

KF-21의 첫 수출이 단순한 거래를 넘어,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 전체를 겨냥한 장기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의 결과가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