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고향 'LA타임스' 공개 지지 막은 소유주…집단학살 항의?
[해외 미디어 동향] 편집위원회 결정 승인 않으며 지지 불발, 뒷말 낳아
소유주 딸 "트럼프 지지 아닌 어린이와의 전쟁 지지 거부"…"편집위엔 전달 안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지난주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편집위원회가 미국 대통령으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기로 했으나 소유주가 이 결정을 불승인해 불발됐다. LA타임스 결정을 두고 해리스 부통령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대한 책임에 대한 항의 뜻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한편 정작 소유주 대변인은 이를 부인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베니티페어,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LA타임스 소유주인 패트릭 순시옹 박사는 최근 LA타임스 편집위원회가 해리스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기로 한 결정을 거부하면서 공식 지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리스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의 주요 신문이자 주거지가 있는 LA 대표 신문이 예상을 깨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게 됐다.
이에 네덜란드-팔레스타인 출신의 중동 분석가 모인 라바니는 트위터(X)를 통해 “해리스가 LA타임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특히 큰 타격이다. 신문이 그녀의 고향 캘리포니아의 주요 신문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21일 이후 현재까지 LA타임스 편집위원 중 3명이 항의 뜻을 표하고 사임했다. LA타임스는 지난 2020년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와 클린턴 후보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다. 이번처럼 공개 지지를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이를 두고 신문사 소유주가 편집위원회 결정을 뒤집는 '금권정치(plutocracy)'라는 해석이 나왔다.
LA타임스의 결정을 두고 당사자들 입장이 엇갈리면서 쟁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순시옹 박사의 딸인 니카 순시옹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해리스의 집단학살 연루에 대한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고 언론과 SNS를 통해 밝히면서다.
니카 순시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X)에서 LA타임스 결정에 대해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투표가 아니다. 이것은 어린이를 상대로 한 전쟁을 관장하는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LA타임스의 결정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NYT에 보낸 입장문에선 “산 자들을 위해 그리고 죽은 자의 이름으로, 그리고 우리 인류 공동을 위해 우리는 도덕의 최저점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이 대선 후보 지지를 하지 않기로 함께 결정했다. 처음이자 유일하게 결정 과정에 참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작 패트릭 순시옹 박사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패트릭 순시옹 박사는 23일 트위터(X)에서 편집위원회에 후보별 정책 비교대조표를 작성할 것을 권고했지만 편집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서 공개 지지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순시옹 박사 측 대변인은 그의 딸인 니카 순시옹이 LA타임스의 결정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임 의사를 밝힌 마리엘 가르자 전 편집위원회 위원은 “만약 그것(가자지구 학살에 대한 항의)이 순시옹 박사가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막은 이유였다면, 이는 저나 편집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LA타임스 사주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전쟁과 관련해 직접 움직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NYT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LA타임스 에디터가 기자들 수십 명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연서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가자지구 전쟁 취재 일선에서 배제하면서 논란이 일자 해당 에디터가 순시옹 박사와 충돌 끝에 사임했다.
순시옹 박사의 출생 배경이 해리스 지지 거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순시옹 박사 스스로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정책)를 겪은 피해자라는 점에서다. 니카 순시옹은 트위터(X)를 통해 순시옹 박사가 195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고, 일본 점령을 피해 이주했지만 남아공에서도 아파르트헤이트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반면 NYT에 따르면 순시옹 박사가 2016년 대선에서 당선한 트럼프 대통령과 식사한 것을 자랑한 적이 있다는 주장과 연방식품의약국에 승인이 보류 중이라고 언급한 전적에 미뤄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 사이 저울질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부에서 나왔다.
해리스 후보 지지를 선언한 가디언 US의 칼럼니스트 마가렛 설리번은 “이 모든 것이 초당파적 중립처럼 보이거나 그렇게 의도된 것일 수 있지만 그와 거리가 멀다. 수년 동안 트럼프의 위험을 폭로하는 중요한 작업을 해온 신문의 보도와 논평 작성자들에 대한 부끄러운 공격”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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