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인천 '시티오씨엘' 개발...시행사 디씨알이에 투입한 '1.2조' 회수할까

동양화학공업 시절의 인천 소다회 공장 /사진 제공=OCI홀딩스

OCI그룹 계열사로 '시티오씨엘' 브랜드로 아파트 시행사업을 벌이는 디씨알이가 수익 실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디씨알이는 OCI홀딩스의 자금이 1조2000억원 이상 투입된 가운데 자금회수 차원에서 아파트 분양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OCI그룹은 지난 1959년 동양화학공업에서 출발했다. 개성상인이었던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이 준공한 인천 소다회 공장이 동양화학공업의 주력사업이었다. 동양화학공업은 당시 화학산업을 국내 최초로 개척했다.

36년간 가동됐던 소다회 공장은 2004년 문을 닫았다. 소다회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폐석회 재활용 처리 방법 등을 마련하지 못해 인근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제조원가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던 것도 공장 폐쇄의 원인이 됐다.

당시 동양제철화학(현 OCI홀딩스)은 인천시와 함께 공장 부지를 도시개발사업 계획에 맞춰 정리하기로 했다. 이후 2008년 인천 공장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디씨알이를 신설하고 부지를 넘겼다. 이후 싱가포르 기업인 CDL과 개발사업을 진행했으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영향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CDL이 사업에서 발을 빼고 난 뒤 토지오염 정화 문제 등을 해결하느라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투입됐다.

2023년 기준 디씨알이의 주식발행 초과금은 1조2390억원이었다. 디씨알이의 최대주주는 OCI홀딩스로 주식발행 초과금이 모두 그룹에서 투입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을 시공사로 선정해 분양에 나섰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부지 인근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의 소음 민원으로 3년 가까이 분양이 중단되면서 사업비가 예상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디씨알이가 HDC현산 등 컨소시엄에서 빌린 사업비는 장부가 기준 6565억원으로 이미 채권 최고액 5200억원을 넘어섰다.

디씨알이는 지난해 별도로 메리츠캐피탈 등에서 3344억원의 신규 사업비를 조달했다. 시티오씨엘 단지 인근을 지나는 수인선에 학익역(가칭)을 신설하기 위해 135억원가량의 손실보전금을 추가로 부담하고,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벽 설치 자금으로 1839억원을 투입하면서 사업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디씨알이 2023년 감사보고서

OCI홀딩스가 인천 공장 부지 개발사업을 놓지 못하는 것은 매몰비용 최소화를 위해서다. 2020년 당시 증권 업계에서는 디씨알이의 토지 장부가를 1조1700억원으로 평가했지만 토지 오염 정화 등을 진행하면서 장부가는 1조8752억원으로 뛰었다. 이미 토지가격이 주식발행 초과금을 넘은 상황이다. 미처리 결손금도 2036억원에 이른다. 다만 분양수입이 유입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 결손금은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 덕분에 결손금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디씨알이는 2022년 4790억원의 매출을 올려 636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5759억원의 매출을 내며 47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에는 3, 4단지 분양 잔금이 들어올 예정이다. 향후 6~9단지 분양수익이 더해지면 손실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2020년 분양을 앞두고 증권 업계에서는 개발사업의 순이익을 1조5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3년 가까이 분양이 중단되고 부동산 개발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바뀌고 말았다.

디씨알이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환경에 따라 향후 수익이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조성원가 이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택지는 상업용지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디씨알이는 아파트 조성 부지 외에 나머지 상업용지에 대한 공개입찰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비용이 늘어난 만큼 상업용지를 개발하지 않고 매각해 현금을 회수하고 사업을 마무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