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에 사직서 대신 내드립니다

이 영상을 보라. 돈을 주고 고용한 대행업체에서 대신 퇴사 절차를 밟아주는 내용인데, 이 영상을 보고 “속 시원하다” “저런 서비스가 진짜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아마 회사에 그만둔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고 긴장돼 계속 퇴사를 미루는 왱구님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유튜브 댓글로 “한국에서 퇴사 대행이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에서도 퇴사 대행은 가능하다. 이런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업체도 있다. 퇴사 대행 서비스란 말 그대로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근로자가 퇴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의뢰인이 대행업체를 통해 퇴직을 신청하면,대행업체는근로자를 대신해 퇴직 의사를 전달해줘서 의뢰인이 회사 측과 만나지 않고도 그만둘 수 있다. 퇴사 대행 서비스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꾸준하게 수요가 있다고 한다.

사실 퇴사 대행은 이미 옆나라 일본에서는 보편적인 ‘핫한’ 서비스다.일본에는 무려 100개가 넘는 ‘퇴직대행사’가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사회·문화적 이유 때문에퇴사 대행 서비스가 유독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회사에 사직서를 내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크고, 한 회사에서 길게 경력을 쌓는게 좋다는 생각이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

한 직장인이 사직서를 무려 세 번이나 내고, 결국에는 무릎까지 꿇으면서 “그만두게 해달라”고 사정했는데도 인사 담당자가 눈앞에서 사직서를 찢어버려서 그만두지 못했다는 무시무시한 일화까지 떠도는게 일본이니, 왜 대행 서비스가 유행인지 알것도 같다.

퇴사 대행을 도맡는 것은 주로 공인노무사들이 모인 노무법인이다. 노무사는 한 마디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이다. 이밖에 변호사나 민간업체에서 대행 서비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

[노무법인 관계자 (음성대역)]

노동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의외로 퇴사를 앞두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실제 서비스로 시장에 내놓으면 수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고, 실제로 호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퇴사 대행은 ‘너덜트’ 영상 장면처럼 속 시원하게 이뤄질까? 직접 업체에 문의한 결과, 퇴사 대행 서비스는주로 비대면으로 이뤄진다고.

노무사가 고객과 퇴사 상담 컨설팅을 진행해 고객으로부터 위임장과 사직원을 받고, 회사 측에 의사를 전달하면사표 수리 절차가 진행되는 수순이다.

[퇴사대행 서비스 민간업체 관계자]

(너덜트 영상은) 많은 분들이 퇴사에 대한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잘 담겨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게 막 영상에서처럼 뭔가 속 시원한 형태라기 보다는 실제 퇴사 대행에서는 좀 조용하고 이성적인 면담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 같아요. 이게 외부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오히려 이런 방식이 더실질적인 변화와 어떤 정리가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퇴사 대행 서비스 비용은 얼마나 들까. 퇴사 대행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한 노무법인 홈페이지를 보면, 총 10만원에 퇴사 상담 컨설팅과 사직서 대리 제출, 임금 정산까지 패키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돼 있다. 만약 퇴사에 실패하면 비용도 환불해준다.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퇴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사회 초년생이 압도적이다. 한 업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30대가 절반 가까이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20대(35%)와 40대(10%) 순이었다. 의외로 50대 이상도 6% 정도 된다.

회사 규모는 10인 미만인 소규모 업장이 33%로 가장 많았지만, 대기업도 20%로 적지 않았다.

퇴사 대행 서비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흥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L 노동법률사무소 관계자]

저희는 사직서를 내는 거 자체를 엄청 부끄러워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그런 문화 차이 때문에 일본은 성행하더라도 저는 개인적으로 퇴사 대행 서비스 한국에서는 좀 어렵지 않나 이런 생각하고 있습니다.

퇴사하겠다는 걸 마음 놓고 편하게 말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의 마음, 100% 공감된다. 알게 모르게 남아 있는 한국 기업의 수직적 조직 문화와 권위주의도 여전하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중요한 결정마저 제3자에게 위임하려는 이 ‘웃픈’ 현상이 우리에게 많은 질문거리를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사표를 가슴에 품고사는 우리 직장인들 항상 화이팅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