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이 상팔자? 文까지 울린 정치권 ‘자녀 잔혹사’
‘낙선‧은퇴’ 트리거 된 자녀 논란…“자식 단속 못하면 정치인 자격 없어”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정치권에서 '자녀 스캔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뇌물죄 혐의는 물론, 음주운전 사고까지 낸 사실이 최근 적발되면서다. 탈북민 최초로 차관급 임명직에 오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장남이 저지른 거액의 사기‧횡령 행각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앞서 유력 정치권 인사들도 자녀와 관련한 각종 논란‧추문 탓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일부 인사들은 선거에서 낙하마거나 은퇴한 전례도 여럿 있다.
최근 '자녀 스캔들'로 곤욕을 겪고 있는 대표적 인사는 문 전 대통령이다. 그의 딸 다혜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51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에서 운전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다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로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언론을 통해 공개된 CCTV 영상에 따르면, 다혜씨는 우회전 차로에서 왼쪽 방향 지시등을 켠 채 좌회전하고, 빨간 불에 교차로에 진입해 신호를 위반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가 운전한 차는 문 전 대통령이 2021년 10월 국내 첫 노사 상생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 홍보를 위해 구매한 후 지난 4월 다혜씨에게 양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으로 문 전 대통령은 물론 야권도 당혹감에 빠진 분위기다. 최근 검찰은 다혜 씨의 전남편인 서모씨가 2018년 이상직 전 의원이 설립한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전무로 취업해 불거진 '특혜 채용' 논란을 수사 중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전(前)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띄우고 검찰이 정치 탄압성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혜씨가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민주당도 마냥 옹호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미 국민의힘에선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 "문 전 대통령 시절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고 명확히 강조하지 않았나"라며 "다혜 씨는 거기에 예외가 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 누가 동의하겠느냐"(추경호 원내대표)고 비판했다.
태영호 사무처장도 장남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다. 태씨의 장남 태모씨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지인들과 SNS 등으로 알게 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총 16억원 상당의 사기‧횡령 행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는 모친이 운영하는 출판사 자금에도 손을 대면서 투자 피해자를 횡령 공범으로 내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태씨는 부친의 이름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태씨는 해당 혐의로 피소돼 경찰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관련해 태 사무처장은 지난 9월27일 페이스북에 "제 아들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제 아들이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성실한 자세로 수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이회창‧정몽준도 주요 선거서 '자녀 리스크'에 발목
이 같은 '자녀 스캔들'은 이전부터 정치권에서 계속 이어져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아들인 래퍼 장용준씨의 각종 논란으로 퇴진론에 휩싸인 바 있다. 앞서 장용준씨가 음주운전과 경찰관 폭행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은 물론, '전두환 시대'를 언급한 노래 가사로 '군부 독재정권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자녀 스캔들'은 대선 국면에서도 후보들의 발목을 여러 번 잡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기간이었던 2021년 12월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을 인정하고 국민들 앞에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시간을 20년 전으로 되돌리면, 일명 병풍(兵風)으로 알려진 두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제기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대선에서 연거푸 낙선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몽준 전 의원도 아들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겨냥해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게 아니냐"고 한 망언 논란으로 결국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마했다. 또 보수 진영의 대권 잠룡이었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아들의 마약‧폭행‧성추행 등 계속된 일탈에 발목을 잡혀, 결국 2019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관련해 정치권에선 국민들의 '가족 도덕성' 잣대가 높아지는 만큼, 더욱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이 자식 단속을 못 했으면 정치인이 될 자격이 없다. 공적 영역에서 자기가 봉사하려면 집안을 잘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기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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