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맞서 언론자유 대치 국면으로 전환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정민경 기자 2022. 9.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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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대통령 비서실 MBC에 질의서, 국민의힘은 항의방문…MBC "좌표 찍기"
MBC 사측, 언론노조 MBC본부, MBC 기자회 등 적극 반론 펼쳐
언론현업6단체 반발, 타 방송사 앵커도 갸우뚱…"수습하는 유일한 길은 사과"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뉴욕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언론 탄압'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27일 대통령 비서실이 MBC에 보도 경위를 캐묻는 질의서를 보낸 것은 정권 차원에서 보도 정당성을 따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언론탄압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비서실은 26일 오후 MBC 사장에 보낸 공문을 통해 △대통령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했는지 △MBC가 최초 보도를 수정하지 않은 이유 △외교분쟁을 초래할 수 있는데 백악관에 입장 요청한 이유 등을 물었다. MBC 측은 즉각 “국내 대부분 언론사가 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유독 MBC에게만 이런 공문을 보내는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언론 탄압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국민의힘은 26일 MBC를 상대로 형사고발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사실상 전면전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은 28일 오전 MBC 본사 앞 항의 방문까지 예고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퇴색되는 것은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언론 탓을 한 뒤 국민의힘 측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MBC 보도 전 정책조정회의에서 해당 사안을 언급한 점을 두고 '정언유착'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MBC 유튜브 갈무리

MBC 사측, 언론노조 MBC본부, MBC 기자회 등 적극 반론 펼쳐

대통령과 여권의 공세에 MBC를 포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기자회 등 다양한 주체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입장은 “해당 영상은 MBC 측이 단독으로 찍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 일원으로 촬영하고 전체 방송사에 공유됐다”는 것이다. MBC 측에서 순서를 정할 수도 없거니와 모두가 돌아가면서 참여하고 공유도 하는 시스템(풀 기자단)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영상은 MBC가 보도하기 전에 이미 유튜브나 SNS를 통해 퍼지고 있었고, 정치인 역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MBC와의 '정언유착' 역시 무리한 의혹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MBC 사측은 “일부 정치권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MBC를 '좌표 찍기'하고 있다. 이는 '비속어 발언'으로 인한 비판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언론사를 희생양 삼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언론통제이자 언론탄압”이라고 밝혔다.

MBC는 26일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를 통해서도 순방 기자가 직접 출연해 풀 기자단 시스템을 설명하고 국민의힘 등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MBC 9월26일 뉴스데스크 '취재 경위, 순방기자단이 직접 밝힌다' 리포트 갈무리.

언론노조 MBC본부 역시 같은날 “만약 국민의힘 주장처럼 해당 발언이 문제가 없다면 대통령실은 22일 왜 풀단에 해당 영상을 기자단 전체에 공유하지 말 것을 요청했는가”라며 “대통령실 스스로 해당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미 대통령실이 풀단에 기자단 공유를 자제할 것을 부탁한 것이 해당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셈인데, 시간이 지난 후 해당 발언을 부정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MBC기자회는 정치권의 문제 제기 이후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있었다고도 알렸다. MBC 기자회는 26일 오후 “MBC에서 보도한 이후 거의 모든 방송사가 이를 앞다퉈 기사화했음에도 기자에 대한 실명과 이력, 가족 신상까지 공개하며 신상털기에 나섰다”며 “일부 정치권과 언론, 극우단체는 조직적인 'MBC 좌표 찍기'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언론현업6단체 반발, 타 방송사 앵커도 갸우뚱…
“수습하는 유일한 길은 사과”

반발은 MBC 사측이나 MBC 내부만이 아니다. 언론현업단체가 대거 항의 성명을 발표했고, 타 방송사도 MBC를 '표적'삼고 있는 행태에 물음표를 던졌다.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 윤석열 대통령 욕설 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언론현업단체 공동 기자회견. ⓒ전국언론노동조합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자의 판단에 따라 동일한 자막을 방송한 보수 종편과 여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못하면서 특정 방송사만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해당 영상은 22일 지상파와 종편 등 12개 방송사에서 송출됐으며 윤 대통령이 미국 국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했다고 기사화한 언론사가 148곳에 달했다.

심지어 MBC가 아닌 타 방송사의 앵커는 “우리도 보도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주영진 SBS 앵커는 26일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출연자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에게 “MBC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강하게 나가고 있는데, 왜 KBS와 SBS에는 저렇게 하고 있지 않은 거냐”고 물었다. 이에 김 의원은 “최초 보도를 MBC가 먼저해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고 “확인하시고 보도를 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주 앵커는 “(SBS도) 나름대로 확인해서 메인뉴스에 나간 거죠”라고 답했다.

▲주영진 SBS 앵커가 26일 본인이 진행하는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왜 MBC만 맹공을 퍼붓냐며 난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결국 MBC는 풀단으로 영상을 촬영한 점, MBC 보도 전에도 이미 유튜브나 SNS에서 해당 영상이 떠돌고 논란이 된 점, 대통령실 엠바고 해제 이후 보도한 점, MBC 외에도 당일 150개에 달하는 같은 보도가 나온 점 등 보도 절차에 문제가 없어 MBC를 표적으로 삼은 대응은 결국 국민의힘과 대통령 등 여권에 오히려 '역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순방 이후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고, 부정평가 요인 중 '무능'이 꼽히는 배경이 순방 이후 비속어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언론현업단체는 비판 성명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방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일”이라며 “이를 외면한 채 '언론'을 문제의 화근으로 좌표 찍고 무분별한 탄압과 장악의 역사를 재연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앞길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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