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5일' 은퇴택의 뇌리에 박힌 그날, LG에 무슨 일이

허행운 기자 2022. 7. 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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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물론 신인 당시 데뷔전도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13년 10월 5일이다."

ⓒ스포츠코리아

박용택(43) 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맞대결이 LG의 4-1 승리로 종료되고 난 후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가졌다. 

그는 지난 2020년 11월 5일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유강남의 대타로 나와 3루수 파울플라이를 기록한 타석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마쳤다. 하지만 곧바로 은퇴식을 치르지 않았다. 선수 본인이 팬들이 가득 메운 경기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 그렇게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기를 기다린 약 1년 반. 정확히 604일의 긴 기다림 끝에 그는 잠실벌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 섰다.

그렇게 박용택은 수많은 팬들 앞에서 선수로서 '진짜' 마지막을 알렸다. 그는 고별사를 통해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지만 가슴 속에 여러분의 사랑을 끼고 은퇴한다"라는 울림 깊은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

한편 본격적인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이 진행되기 앞서, 잠실구장 전광판에는 박용택이 현재 해설위원으로서 몸 담고 있는 KBS N 스포츠가 사전 제작한 그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됐다. 그 영상에서 박용택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는 질문에 자신의 데뷔전(2002년 4월 16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도 아닌 다른 경기를 꼽았다. 그 경기는 바로 2013년 10월 5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전이었다.

2013시즌의 박용택(가운데)을 포함한 LG 트윈스 선수단. ⓒ스포츠코리아

왜 2013년일까.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극심한 암흑기에 빠져있었다. 2003년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LG의 정규시즌 순위는 순서대로 '6668587667'. 10년 연속으로 단 한 번도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최초의 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뒤집어썼다. 이후 한화 이글스(2008년~2017년)가 똑같은 기록을 내기 전까지 역사상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그랬던 LG가 그 지옥같은 터널을 뚫어낸 시즌이 2013년이었던 것이다. LG는 해당 시즌 초반 6~7위를 오가며 주춤했지만 6월 월간 16승 5패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 기세를 이은 LG는 60승 고지에 선착하는 등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렸고 이후 1,2위를 오가며 상위권 다툼을 했다. 결국 9월 말에 4강 매직넘버를 모두 소멸시키며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그리고 박용택이 언급한 10월 5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LG는 두산을 5-2로 꺾었다. 같은 시각 한화 이글스가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를 2-1로 잡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16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에도 성공했다.

2002시즌 KIA 타이거즈를 상대한 플레이오프에서 MVP를 수상한 박용택. ⓒ스포츠코리아

박용택이 자신의 선수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경기로 꼽을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특히나 박용택에게는 더욱 길게 느껴질 암흑기였을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주전으로서 팀의 4위를 이끈 박용택은 커리어 첫 해부터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 유니콘스를, 플레이오프에서 KIA 타이거즈를 각각 물리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특히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3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시리즈 MVP까지 따내기까지 했다.

LG와 박용택은 이어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6차전 9회말 거짓말 같은 끝내기 백투백홈런을 허용하며 패하긴 했다. 그러나 준우승을 거둔 LG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그 누구도 LG의 암흑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박용택 본인도 그 삼성전이 그가 밟는 마지막 한국시리즈였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 긴 터널을 뚫고 빛을 봤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는 "11년 만에 LG가 가을야구에 올라갔던 날이다. 2002년에 가을야구를 함께 했던 류지현, 이병규, 이동현 당시 선수를 포함해 정말 많은 사람들과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루만 꼽자면 그날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가을야구에 다시 발을 들인 LG는 2013년을 포함해 지난 2021년까지 9시즌 동안 6번이나 가을 잔치에 초대되는 팀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제는 28년 만의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명실공히 우승 후보 팀이 됐다. 이제 박용택의 수많은 후배들에게 공이 넘어갔다. 그들이 박용택과 LG 전체의 숙원사업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올 시즌 LG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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