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지역, ‘혐오 시설 유치 경쟁’… 달라진 시선

낫 인 마이 백 야드(Not in My Backyard). 님비로 불리는 이 현상은 한국의 고질적인 지역 이기주의로 여겨왔다. 즉, 공공에 필요한 시설이 우리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 현상도 '인구소멸'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프랑스 매체가 분석했다.
1일(현지시각) 프랑스 공영 방송 프랑스 앙포(France Info)는 “한국에서 더 이상 기피시설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교도소나 소각장, 장례시설 등 기존에는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사던 공공시설을 유치하려 적극 나서고 있는 현상을 조명했다.
이는 극심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우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
“교도소 지어주세요”… 주민이 먼저 나서
매체는 강원도 태백시 주민들이 최근 법무부에 교도소 유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진행했으며, 1만 명이 넘는 서명을 통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결국 해당 부지는 최종 선정됐고, 오는 2028년 새로운 교정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교도소는 교정 공무원, 직원 가족, 면회객 등 유입 인구만 2,7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중소 도시 입장에서는 지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된다.
지역 간 경쟁… "우리가 더 원합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기피시설로도 확산되고 있다.
2024년, 경상남도 거창군은 대형 소각장을 설치할 부지를 공개 모집하며, 유치 지자체에 설치 지원금과 함께 소각장 수익의 20%를 환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 과정에서 무려 9개 시·군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주민 97%가 찬성한 대야리가 최종 낙점됐다.
장례식장 유치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6개 시·군이 경쟁을 벌였으며, 이 중 주민 지지가 가장 높았던 지역이 사업권을 확보했다.
혐오시설에서 ‘생존 인프라’로
프랑스 앙포는 “기존에는 ‘이미지가 나빠진다’, ‘치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던 시설들이 이제는 지역을 살릴 ‘생존 인프라’로 재조명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히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일본·프랑스 등 인구 감소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변화로 평가된다.
매체는 끝으로 "실제로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약 5,200만 명인 인구가 향후 50년 내 3,5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있다"라며, "이에 따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은 더 이상 기존의 관행과 거부감에 머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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