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 기술 합격·재무 숙제…LGD 정철동 사장 '무거운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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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40여년에 달하는 경력을 자랑하는 ‘기술통’ 정철동 사장이 이끄는 LG디스플레이가 기로에 섰다. 최고경영책임자(CEO) 취임 후 액정표시장치(LCD) 구조조정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을 진두지휘하며 4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기업 내실을 가늠하는 재무지표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어서다.

‘상처 담긴 영광’ 4년만 흑자전환

정철동 사장은 2023년 12월 LG디스플레이 CEO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직후부터 사업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2022년부터 나타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명확히 했다.

중국 BOE와 CSOT 등이 LCD 패널을 저가로 양산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자 해당 사업을 과감히 정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2조2466억원을 받고 중국 CSOT에 LCD 사업부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 중 7000억원은 경기 파주 공장에 투입해 프리미엄 OLED 설비를 갖추는데 활용했다. 기존 LCD 생산라인을 저전력·고화질 신기술이 적용된 OLED 공정으로 전환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탑재된 제품군 / 사진 제공=LG

엔지니어 출신다운 판단력으로 한계에 직면한 LCD 사업에서 물러나 OLED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5170억원을 달성해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2조2306억원 이후 4년 만이다. 2022년(2조850억원)부터 시작된 적자는 2023년(2조5102억원), 2024년(5606억원)까지 이어졌다.

다만 흑자전환 이면에는 재무상태 악화라는 상처가 있다. 정철동 사장이 CEO로 취임하기 직전 해인 2022년말 215.3%였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262.8%로 높아졌다. 통상 제조업에서 위험 수준으로 간주하는 20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현금 곳간 상태도 나빠졌다. 2024년말 2조216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1조5488억원으로 9개월 만에 4788억원 줄었다. LCD 사업부 매각 대금과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 등을 설비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투입해 재무 리스크가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가 지속성장을 위한 현금 체력 비축에 실패한 모양새”라며 “대규모 장치 산업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현금 보유량이 줄어든다는 점은 향후 리스크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계속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무상태 악화에도 성급한 성과급 150%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흑자전환이 따라 기본급 1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임직원에 지급했다.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적자 탈출을 기념하고 임직원 사기를 진작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재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성과급 지급은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철동 사장이 재무 전문가가 아닌 기술통 CEO라는 점을 들어 우려를 제기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상시로 이뤄지는 만큼 정교한 자금 조달 계획과 재무 관리 역량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기술통 정 사장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재무적 안정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함께 끌어올릴지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 사진 제공=LG디스플레이

정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앞으로 1년 동안 그가 증명해야할 우선순위가 재무 관리 능력일 수 있다. 단순히 장부 상의 흑자를 넘어 부채비율을 낮추고 현금 흐름을 정상 궤도로 만드는 실질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의 이목은 정철동 사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쏠려 있다. 그가 40여년간 쌓은 기술 내공을 바탕으로 재무라는 거대한 벽도 넘어서 LG디스플레이의 완전한 부활을 이끌지, 기술통 CEO가 겪는 전형적 한계에 부딪힐지 회사 안팎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의 자금 관리 정책은 투자자와 채권자 및 시장 신뢰를 유지하고 향후 사업 발전을 지탱하기 위한 자본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최적화된 자본구조 달성을 위해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비율 등을 낮추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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