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다녀온 싱가포르 외교장관 “북한, 대외 접촉보다 군사력 강화”
“지난 8년 지속 발전…통일은 불수용”
“북한과 채널 유지, ARF 참석 권유”

북한을 8년 만에 방문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북한은 현재 대외 접촉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립과 군사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자국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지난 26~27일 북한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으며 28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도 만났다. 북한에서는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선희 외무상을 만났다.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방북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싱가포르는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한 국가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의 남북한 방문을 두고 싱가포르가 다시 한번 한반도 긴장 완화 등을 목표로 북·미 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9일 보도에 따르면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북한의 초청을 받았으며, 북한의 발전상을 업데이트하고 싶어 방북한 것”이라며 북·미 회담 중재 역할 수행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북한은 계속 발전했다”며 “새로운 주택 단지를 봤다. 깨끗하고 현대적이며 잘 조직된 계획도시였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의 경관은 동남아, 심지어 동북아의 어느 현대 도시와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북한은 확실히 현재는 러시아와 가까우며, 중국은 정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남아 있다”며 “미국 또는 한국, 일본과는 소통 채널을 열겠다는 열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저의 일반적 조언은 전략적 인내”라면서 “상황과 문제를 악화시키지 말고, 도움이 되거나 소통의 채널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장기적으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어떤 문제는 시간이 무르익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싱가포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따르고 있으며 이는 북한과의 경제 관계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북한은 우리의 입장을 잘 알고 있고 우리는 북한과의 소통 채널 유지에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최 외무상에게 오는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 예정인 지역 안보 협의체 아세안 지역 포럼(ARF)에 북한의 참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 외무상에게 “북한의 목소리가 국제 무대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며, 북한은 자신들의 정치적 우선순위에 맞는 적절한 방식과 시기에 적절한 기회를 찾아 더 넓은 세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00년부터 해마다 ARF에 참석하다가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포럼에는 불참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2021년 국교를 단절한 상태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더 구체적인 내부적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은 현실”이라면서 “북한은 통일 가능성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측에는 한반도와 더 넓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모든 당사자 간의 대화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최근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어느 정도 안정을 가져왔지만 근본적 전략 경쟁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싱가포르와 같은 작은 도시국가는) 상황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282126005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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