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이궁’ 뜸하자 면세점 휘청… 송객수수료 92% 급감

김호준 기자 2024. 9. 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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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만큼 호황을 누렸던 국내 면세점들이 고물가·고환율 장기화와 '큰손'인 중국인들의 소비감소로 휘청이고 있다.

주요 면세업체들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代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송객수수료를 대폭 삭감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외국인 관광객 소비패턴이 고가 면세쇼핑에서 저렴한 가두점으로 바뀌면서 업황이 급격히 침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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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중국 보따리상 발길 끊겨
유치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대폭 삭감 고육지책에도 실적 뒷걸음
면세점 영업이익 전년대비 70∼80%↓
중국 ‘면세 굴기’까지 설상가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만큼 호황을 누렸던 국내 면세점들이 고물가·고환율 장기화와 ‘큰손’인 중국인들의 소비감소로 휘청이고 있다. 주요 면세업체들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代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송객수수료를 대폭 삭감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외국인 관광객 소비패턴이 고가 면세쇼핑에서 저렴한 가두점으로 바뀌면서 업황이 급격히 침체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내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자국 면세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면세업계 위기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30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국내 면세점 송객수수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들이 지급한 송객수수료는 5927억 원으로 전년(7조7249억 원) 대비 92.3% 급감했다. 송객수수료란 면세점들이 다이궁을 유치한 여행사에 내는 금액으로, 여행사가 다이궁을 면세점으로 보내면 면세점들은 다이궁이 구매한 상품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한다. 문제는 면세점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송객수수료를 대폭 삭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 41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올 상반기 적자로 전환해 46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라면세점(70억 원)과 신세계면세점(158억 원) 영업이익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3.8%, 75.5% 급감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유입 효과가 부진한 데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보다 서울 강남이나 성수동 등 주요 상권에 있는 가두점 쇼핑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이 자국 면세산업 육성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면세업계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도시 내 면세점 관리에 관한 임시 조치’를 시행하고 주요 도시에 시내면세점 8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했던 ‘수입품 전용 면세점’도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꾼다. 이에 중국 시내면세점은 기존 6곳에서 27곳으로 늘어난다.

국내 면세점들의 글로벌 순위도 뒷걸음치고 있다. 영국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면세업체 매출 ‘톱10’에는 2위인 롯데면세점(40억4600만 유로)과 3위 신라면세점(39억6600만 유로), 7위 신세계면세점(29억5000만 유로), 10위 현대면세점(11억2000만 유로) 등이 자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면세점(38억4300만 유로)은 중국의 CDFG와 프랑스 라가데르에 밀려 4위로 밀려났고 신라면세점(30억7200만 유로)은 6위, 신세계면세점(22억1300만 유로)은 8위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회 환원을 위해 도입한 특허수수료 부과 기준을 기존 매출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특허 기간 한시제도 폐지 등 규제완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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