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실체 모른 채, 박정훈 대령 사건 1심 연내 끝날 듯[FM리포트]

강병철 2024. 10. 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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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9차 공판서 3명 증인신문
격노설 ‘키맨’ 임기훈 입 안열듯
추가 증인 없으면 결심 후 선고
경례하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 - 경례하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증언에 앞서 경례하고 있다. 2024.6.21 utzza@yna.co.kr (끝)

사령관의 지시를 어기고 ‘순직 해병 사건’의 수사(또는 조사) 기록을 이첩했다는 등 혐의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수사단장 사건의 1심 결과가 연내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 과정 내내 이른바 ‘VIP 격노설’ 공방이 이어졌지만 결국 그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선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해외출장’으로 불출석했던 임기훈 이번엔…

2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지역군사법원은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사건 9차 공판을 오는 29일 진행한다. 9차 공판에는 앞선 공판에 불출석했던 임기훈(중장) 국방대 총장과 오혜지(대위) 해병대 법무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또 군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박모 수사관도 출석한다.

임 총장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키맨’ 중 하나다. 외압 의혹이 집중되는 지난해 7월 30일~8월 2일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대통령실 및 군 관계자들과 수 차례 통화를 주고받은 인물이다. 특히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며 화를 냈다는 이른바 VIP격노설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법사위 출석한 임기훈 국방대 총장 - 법사위 출석한 임기훈 국방대 총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1일 오전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가 진행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4.6.21 kjhpress@yna.co.kr (끝)

애초 임 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지난 공판으로 예정됐으나 그는 ‘해외 출장’을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됐고 임 총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번에는)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임 총장이 이번 공판에서 갑자기 입을 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 대령 변호인단은 9차 공판으로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곧장 결심공판까지 진행하자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현재까지 군검찰 쪽에서는 추가 증인신문 요청 등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결심부터 선고까지 한달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 결정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또는 연내에는 1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군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은 사령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항명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박 대령 측은 외압에 의한 권한 없는 부당 지시를 거부한 것이므로 항명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VIP격노설로 대변되는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불분명해 선고 결과도 예상하기 쉽지 않다.

변호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

박 대령을 대리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최종변론에 앞서 재판부에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 대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쉽게 (VIP격노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확인을 거부하지만 격노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며 “당시 이첩 보류 지시 등은 대통령의 격노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령 사건과 별개로 VIP 격노설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채상병특검법이 통과돼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지금보다 더 큰 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병영식당에서 해병대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하고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4.9.9 (국방부 대변인실 제공)

문제는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은 해병대의 사기 진작 문제다. 해병대는 서해도서 등을 지키는 최전방 정예부대로 올해 창설 75주년을 맞았다. 해병대 출신들의 긍지는 유명하지만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해병대는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특히 믿었던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큰 것으로 감지된다.

일부 해병대 예비역들은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대행진 행사까지 참가하고 있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지난 12일 110차 촛불집회에서 탄핵을 주장하며 “누가 해병대를 사지로 몰아 넣었는지, 누가 진실을 덮고 사단장을 구명해 줬는지, 왜 박 대령을 항명 수괴로 몰았는지, 선(先) 탄핵 후(後) 진상규명을 해보자”고 외쳤다.

‘FM리포트’는 우리 군이 지켜야 할 규범(Field Manual), 우리 군이 나아갈 미래(Future of Military)에 대해 씁니다. 잘못을 비판하고 나은 대안을 고민하며 정예 선진강군 육성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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