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효종 법무법인 린 변호사 “회생은 파산 아닌 경영 정상화 과정” [넘버스]

조회 502025. 4. 17. 수정
최효종 법무법인 린 변호사 /사진=남지연 기자

최효종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쌍용자동차와 동양그룹, 웅진그룹, 한진해운, 이스타항공, 티몬·위메프 등 굵직한 기업회생·파산 관련 자문 및 소송 업무를 여러 건 수행한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최근에는 SM대한해운을 대리해 SC은행을 상대로 약 400억원대의 공익채권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블로터>는 이달 11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린에서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의 시각에서 최근 기업회생절차의 흐름과 특징을 짚어보기 위한 자리였다.

국내에서는 티몬·위메프를 시작으로 홈플러스, 발란 등 대중에 이름을 알린 기업들이 잇달아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업종별로는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회생절차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관련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최 변호사는 “회생절차는 위기의 끝이 아니라, 기업이 재무적 어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의 시작”이라며 “회생 제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기업회생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일반적으로 ‘워크아웃’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사람의 군살을 빼는 작업처럼 기업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한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고 해서 거래처나 소비자들이 크게 불안해하지도 않고, 실제로도 금융권 채권자들만 채권 재조정을 하고 나머지 상거래 채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은 워크아웃 기업이라 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생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시장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분이 ‘회사 망하나 보다’, ‘거래 끊어야겠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낙인 효과, 즉 '라벨링 이펙트'가 작용한다.

그러나 도산 전문가들의 시각에서는 회생도 워크아웃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일 뿐이다. 업종별, 회사상황별 등에 따라 선택지가 구분될 뿐인 것이다. 지금의 회생절차는 과거처럼 복잡하고 무거운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금융 채권만 조정하고 나머지 일반 영업은 그대로 이어가도록 개선됐다. 더 이상 ‘회생 = 사실상의 파산’이 아니라는 걸 시장에서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 최근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경우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했다. 회생절차에 있어 시기 판단도 중요한 사안인 것으로 보인다.

△도산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원칙 중 하나가 ‘구조조정 절차에 조기에 진입하라’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빨리 시작해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자주 쓰는 비유가 있다. 이미 병세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에 오면 사실상 치료가 어렵다. 반대로 초기에 오면 완치 가능성도 있고, 치료도 훨씬 수월하다. 회생도 똑같다. 너무 늦게 회생절차에 착수하면 이미 고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구조조정 기업의 기업가치는 녹는 얼음(멜팅 아이스)과 같아서 기업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감소되기 전에 일찍 결단을 내려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인식 차다. 채무자가 비교적 일찍 구조조정을 신청하면 채권자들은 ‘괜찮은 줄 알았는데 왜?’ 하고 당황하거나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채무자 입장에서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미 썩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일찍 구조조정을 선택했을 수 있다. 이처럼 해당 기업과 금융권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관건은 타이밍인 셈이다. 엇갈리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조율하는 제3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의 회생을 신청한 법인의 수가 1년 전보다 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회생 증가세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진단하는가.

△국내 기업의 회생절차 증가세는 인건비·자재비 증가 및 경기둔화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2022년 7월부터 시작된 국내외 급격한 금리 인상이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2년 반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악전고투하며 버텨왔지만, 올해부터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스펀지처럼 충격을 흡수해 온 완충 기간이 끝난 것이다.

사실 이런 흐름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에도 본격적인 기업도산 등 충격은 1997년 차관 도입 후 1998년에 시작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건 9월이었지만, 국내의 건설사나 저축은행이 본격적으로 흔들린 건 2~3년 정도의 시차가 존재했다.

- 최근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위기 전조가 현실화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위기는 작년, 정확히는 재작년 12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1년 이상 누적된 문제다. 작년 한 해는 업계가 어떻게든 버텨낸 해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올해 초부터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이내의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회생절차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른바 ‘7월 대란설’이 시중에 떠도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 기업회생절차에서 M&A 방식을 통한 경영 정상화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는 ‘인수합병(M&A)’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회생제도의 본래 취지는 어디까지나 ‘독자 생존’에 있기 때문이다. 즉 재무적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 고유한 자산이나 기술력,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다시 살아나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다.

부동산 같은 고정 자산이 있거나 특허, 기술력, 독점 노하우 등을 가진 기업이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흔히 ‘흑자 도산’이라고 한다. 회생 제도는 바로 그런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도 회생절차를 통해 시간을 벌고, 자산을 정리하거나 추가 자금을 조달해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반면 자산과 기술도 없고, 향후의 시장성조차 없다면 파산이 원칙적으로 맞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나라 회생기업들 가운데 정말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대다수는 자산도 적고, 경쟁력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결국 대부분의 회생은 제3자 인수 방식, 즉 M&A로 가게 된다. 사실상 전체 회생사건의 90% 이상이 M&A를 통해 진행된다. 법의 원칙은 ‘독자 생존’, 그러나 실제로는 ‘제3자 인수’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된 셈이다. 다만 현재 회생법원은 ‘독자 생존’ 케이스를 늘리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성공사례도 증가하는 바람직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회생기업의 M&A 추세에 대해 설명해 달라.

△회생 M&A는 본질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추구하는 일종의 모험 자본의 영역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에는 자본들이 시장에 들어와 과감한 투자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에는 일부 회사에 대한 투자에서 실패하더라도 몇 건의 성공이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구조였기에 이러한 방식의 투자가 활발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모험을 쉽게 감행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정치적, 외교적으로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감행하고 있는 세계적인 관세 전쟁 등 외적 요인들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거시적인 불확실성이 클수록, 위험을 감수하고 회생기업에 투자하려는 자본은 자연스레 위축되기 마련이다.

외생 변수들은 현재의 회생기업에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기업 내부의 구조조정 노력 외에도 자본시장 환경, 글로벌 경제지표의 흐름 등이 회생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회생 자문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히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과학고와 공대를 나온 뒤 법조계에 들어왔는데, 도산·회생 분야가 다루는 내용은 생각보다 금융공학적, 수학적인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채무를 조정한다는 건 결국 ‘숫자의 싸움’이다. 1억원의 채권을 30% 줄이면 7000만원이고, 35% 줄이면 6500만원이다. 채무에 관한 모든 계산을 정리해야 하고, 채무재조정 / 기업지배구조 등 회생 조건이 바뀔 때마다 수치가 연동되어 유기적으로 바뀌는 구조다.

회생절차의 경우 많게는 수백, 수천 명의 채권자들이 얽혀 있다. 그 수많은 채권을 숫자 기반으로 조율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보니, 숫자에 대한 감각이나 이해 없이 접근하긴 어렵다. 평소 학창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고, 숫자 다루는 데 익숙했다 보니 도산 업무가 잘 맞았고,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자리잡게 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보람 있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회생기업의 M&A가 성사되면 근로자에게는 일자리를 지키는 기회가 된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포기했던 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작게나마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가장 기억에 남는 회생 사건이 있는가.

△2006년부터 기업회생 사건을 맡았다. 그간 담당했던 수백 건의 여러 회생 사건들이 스쳐지나가지만 특히 2021년에 진행한 이스타항공이 기억에 남는다. 이스타항공은 회생절차를 밟을 당시 임금 체불 규모가 약 530억원에 달했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총 채권 규모가 1조원 가까이 됐는데, 일반 채권은 대부분 4% 수준으로 조정됐다.

채권 대부분이 탕감됐지만 임금·퇴직금 채권만은 예외였다. 인수인이 임금/퇴직금 채권 530억원을 100% 전액 변제하기로 하면서 M&A가 성사됐다. 당시 대부분의 직원이 1년 넘게 대리운전이나 알바 등을 하며 쉬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M&A가 성공한 뒤 감사하다는 이메일을 보내오신 직원분들도 여럿 있었다.

수천억, 수조 원대의 일반 M&A 딜은 금전적으로 막대한 보상을 받는다. 회생 M&A의 경우 금전적인 보상이 막대하진 않지만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어코 회생한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딜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위기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소 6개월 정도의 운전자금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후에 유동성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미리 선제적으로 전문가에게 구조조정 자문을 받는 것을 추천드린다. 이렇게 해야 회생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회생·파산 제도는 잘 정비돼 있으며 회생법원에서도 채무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법무법인 린의 회생 자문이 차별화되는 점이 있는가.

△법무법인 린에는 기업구조조정만을 전문으로 해온 2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와 회계사들이 포진해 있다. 지금까지 수백 건에 달하는 관련 케이스를 처리해 왔고, 특히 이스타항공, 쌍용자동차, 메쉬코리아(부릉), 티몬·위메프, 에이치엔아이엔씨 등 2020년을 전후로 회생 이슈가 컸던 사건들도 대부분 법무법인 린의 구성원들이 관여해 진행했다.

기업회생은 법률과 회계, 산업 구조에 대한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업과 유통업에서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업종에 따라 필요한 진단과 해법이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린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회생 전략을 제안드릴 수 있다.

저는 현재 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 업무도 맡고 있어 회생과 파산의 경계선에서 고민하시는 분들께도 풍부한 사례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조언을 드릴 수 있다.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고 최적의 구조조정 방안을 함께 모색하겠다.

남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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