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하얀 섬
제주 중산간의 울창한 숲속에 아치문을 가진 하얀 섬이 놓였다. 각기 다른 크기로 열린 아치는 자연의 생생한 움직임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담아낸다.
제주의 서쪽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누운오름과 비가 오면 분화구에 물이 고여 몽환적인 금오름을 끼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르다 보면, 주변에 집들은 사라지고 숲속 좁은 길만 앞에 있게 된다. 그때쯤 눈앞 나무 사이로 네모난 작은 집이 보인다. 대지는 새벽이면 새소리로 아침을 맞이하고 밤이면 반딧불이 분위기를 자아내는 상대리 중산간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PLAN & SECTION
부부와의 처음 미팅에서 크지 않은 집과 유리공예 공방을 짓고 싶다는 의뢰를 받았다. 위치는 제주 중산간 숲속에 위치한 땅이고 집과 공방은 나중을 위해서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건물이었으면 했다.
처음 대지를 찾아갔을 때는 7월경으로, 수풀이 우거져 대지의 경계나 건물이 위치할 자리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푸르른 나무와 우거진 수풀들의 생명력으로 꽉 차 있는 곳이었다. 이 자연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마다 다른 색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기에 차경을 통해 살아 숨 쉬는 풍경화를 집안에서 감상할 수 있게 프레임을 디자인해 보기로 하였다. 건축주가 제안한 아치를 모티브로 각 실에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의 아치를 배치해 건축공간과 자연을 연결해 주는 장치로 활용하고 싶었다. 제주의 기후는 비바람이 강하고 강수량도 많아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장점이 많다. 아치의 형태도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무게감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듯하였다. 주택은 긴 직사각형으로 숲과 면한 면을 길게 가져가면서 전면에 아치 구조물을 만들고 건물과 구조물 사이에 테라스를 계획하였다. 외부 마감은 자연 속의 집을 생각하여 노출콘크리트를 고려하였으나 제주에서의 내단열의 문제성과 경제성 등을 고려한 끝에 최종적으로 스터코 마감을 선택하였다.
House Plan
대지면적 : 1190.00㎡(359.98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거주인원 2명(부부)
건축면적 : 195.74㎡(59.21평)
연면적 : 148.32㎡(44.87평) / 스테이 - 88.32㎡, 공방 - 60.00㎡
건폐율 : 16.45%
용적률 : 12.46%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3.7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구조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130㎜
외부마감재 : 스터코
창호재 : PVC시스템 창호
에너지원 : 가스보일러
조경석 : 제주 자연석
조경 : 아라조경
구조설계(내진) : 청우구조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 : 건축사사무소 네모
현관을 통해서 들어가면 남쪽과 북쪽의 큰 창을 통해 들어온 반사된 빛이 온화하고 따스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한다. 남북으로 트인 창은 여름철 습한 제주 날씨에서 바람길 역할을 하여 쾌적한 실내 열 환경을 만들어 준다. 모든 실내는 마이크로 시멘트를 사용하여 마감 선 없이 실내 톤을 일치시켰다. 거실에는 고저 차를 두어 소파를 설치하였다. 바닥보다 낮은 소파에 앉아 시선을 낮추면 아치 모양으로 창밖의 숲과 하늘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집의 거실은 제주 바람에 휘날리는 수풀과 나뭇가지, 세차게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감상에 잠길 수 있는 쉼터다. 거실 앞 외부 테라스는 하늘로도 열려있어 한껏 자연과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공간이다.
남쪽에 있는 중정 두 곳은 음의 공간이다. 한낮에 직사광선이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정을 계획하였다. 그늘진 중정에는 고사리와 이끼를 키워 외부의 숲과 어우러지며 내부에 초록 물결을 보태주고 있다. 거실 옆 식탁은 자연의 풍광을 보면서 식사뿐 아니라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제격이다. 거실 양쪽에 침실을 두었고 게스트가 왔을 때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욕실도 따로 계획하였다. 각 실에서는 각기 다른 아치 형태의 구조물을 통해 집 앞의 숲이 내다보이며 별도의 발코니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주택과 공방을 동시에 짓기로 했는데 경제적인 사정으로 주택을 먼저 시공하게 되었다. 밖에서 대략적인 위치만 확인한 대지는 생각보다 경사가 있었다. 건물이 지어지면서 비가 오면 빗물의 흐름이 건물로 막혀 마당에 물이 고이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마당에 자갈을 깔아 해결하였다. 철근콘크리트로 아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치 모양의 거푸집을 짜야 했다. 저비용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장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날 현장에 가보니 스티로폼을 깎아서 둥근 아치 모양의 거푸집을 만들어 놓은 것을 확인했다. 남편분이 시공 쪽에 몸담고 계셔서 직영공사로 공사비를 많이 줄였고 테라스 타일은 직접 시공하기도 하여 부부의 땀이 깃든 집이다.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주택이 준공된 지 1년 가까이 지나 공방을 착공하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Interior Source
욕실·주방 타일 : 마이크로 시멘트
수전 등 욕실기기 : ㈜더존테크, 스탠다드인터내셔널㈜
주방 및 침실가구 : 빈티지우드 주문제작 가구
조명 : 폴리도르 스테인드글라스 주문제작 조명, 남영전구 LED조명&매립등, SH LED 매립등, 황제라이팅 LED 매립등
현관 및 테라스 타일 : 디오세라믹 수입타일
현관문 : 큐브제주 레하우 시스템 창호
방문 : 영림도어 YA-07 슬라이딩(ABS 도어 + 마이크로 시멘트 마감)
복합환풍기 : 힘펠
글_ 건축가 강경훈 : 건축사사무소 네모
취재협조_ 누운 섶 제주 / 인스타그램 nuun_seop_jeju
구성_ 조재희 | 사진_ 고서우(레코드 시티오)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3월호 / Vol.313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