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ISA 거지’라고 들어보셨나요?” 투자하느라 쓸 돈이 없다는 그들

박대원 일본 통신원 2026. 4. 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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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청년 세대, “지금 안 모으면 노후 불안”…생활비 줄여 주식에 투자
소비 위축→경제 동력 상실 우려…“NISA, 양극화 확대 초래” 지적도

(시사저널=박대원 일본 통신원)

"NISA 거지라는 말, 들어보신 적은 있으신지요?" 3월10일 열린 일본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제1야당 국민민주당의 다나카 겐 의원이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다나카 의원은 청년층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인해 명확한 인생 계획도 그리지 못한 채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금융 투자에만 매달리고 있는 현상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20대는 금융 투자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투자,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NISA 거지' 현상에 대해 가타야마 재무상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가타야마 재무상은 'NISA 거지'라는 표현에 대해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라고 답한 뒤, 국민에 대한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밝혔다.

3월12일 일본 도쿄의 주식시장 현황판을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EPA 연합

절박한 청년들, '한국식 ISA'에 올인

NISA는 '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개인저축계좌)'의 줄임말로 2014년 일본에서 도입된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를 뜻한다. 한국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모델도 NISA다. 2023년 말까지 일본의 NISA 제도는 20년간 누적 납입 한도 800만 엔(약 7400만원)까지 적립식 투자 수익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적립식 NISA'와 5년간 누적 납입 한도 600만 엔(약 5500만원)까지 일반 투자 수익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일반 NISA' 두 종류로 운용되어 왔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식이나 신탁 투자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그런데 NISA 제도가 2024년에 크게 바뀌면서, 18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간 제한 없이 1800만 엔(약 1억67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투자 활성화를 장려한다는 차원에서 NISA 제도를 수정하고 비과세 요건을 확대하자, 자산 형성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NISA 가입 열풍이 불고 있다. 물가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 상승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테크를 통한 자산 형성 필요성을 절감하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20대 인구(약 1270만 명) 중 약 4분의 1인 313만 명이 NISA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득에서 최저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을 매달 NISA에 적립하고 식비나 오락비는 물론 교육비, 문화비 등 '자기 투자비'까지 희생하며 투자액을 늘리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NISA 적립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이 점차 궁핍해지는 사람들을 칭하는 'NISA 거지'라는 표현이 일본 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NISA 거지' 현상이 3월 국회 재무금융위에서 일종의 사회문제로 다뤄진 이후 일본의 주요 매체들은 연금 수급액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어려워 NISA를 시작했다는 청년의 이야기, NISA 납입액을 늘리다가 신용카드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20대 직장인의 이야기, 아르바이트 비용을 NISA에 적립하며 취미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대학생 이야기 등을 연이어 소개했다. 

특히 주요 매체들은 '장래의 불안'과 '현재의 풍족한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NISA 거지' 청년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국민 생활에 관한 여론조사'(2025년도)에 따르면 "장래에 대비하는 편인가, 매일의 생활을 충실하게 즐기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20대의 3분의 2 이상이 "저축 및 투자 등 장래에 대비한다"며 이른바 '지금의 안락함'보다도 '노후 대책'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쓰비시종합연구소(MRI)의 분석에 따르면 '신(新)NISA' 제도가 시작된 2024년을 기점으로 일본 청년층이 저축 및 투자에 더 많은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는 명확한 통계상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23년과 2025년을 단순 비교했을 때, 20대와 30대는 일정하게 연 수입 중 평균 17% 정도를 주식 투자 및 예금에 배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NISA 거지'는 진짜 '거지'가 아니라며 'NISA 거지' 생활을 마치 '생활고'를 겪는 것처럼 묘사하고 '사회문제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NISA 거지'는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절약하되 투자를 늘리는 선택을 한 사람이자, 일상생활이 빠듯할지라도 매달 수입에서 일정 금액을 고정적으로 '투자'에 배분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20대의 25%가 NISA 계좌 보유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NISA' 제도와 관련해, 우려해야 할 것은 'NISA 거지'의 증가 그 자체가 아니라 소비 위축과 일본 사회의 격차 확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먼저,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유인하기 위해 도입된 '신NISA'  제도로 인해 개인 투자는 증가하는 반면 개인 소비가 억제되는 현상은 일본 경제의 불균형과 성장동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격차 확대와 관련해서는 생활고를 겪으며 NISA 투자를 검토할 여유가 없는 계층은 애초에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반면,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계층은 사실상 평생 비과세 혜택을 누리며 부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도 600만 엔 한도로 NISA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것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부유층 가정에서는 부모 및 조부모가 자녀 명의 계좌를 통해 NISA에 투자한 뒤, 만 12세 이후에 이를 인출해 교육비로 충당하거나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 적립금을 인출해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NISA 계좌가 활용됨으로써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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