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됐던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지난 24일 폐막했습니다. 당초 예정보다 이틀이나 늦어질 만큼, 논의는 지고지난했습니다. 영국의 카본 브리프에 따르면, 이번 COP29에 참석하고자 전 세계에서 모인 이들만도 6만 6,778명. 온라인을 통해 참석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7만명이 넘습니다. 물론, 지난해 UAE 두바이에서 개최됐던 COP28 때보다는 감소한 규모이지만, 2015년 역사적인 파리협정이 만들어진 COP21 때보다 배 이상의 인원이 참석한 것이죠. 언론의 관심 또한 뜨거웠습니다. 역대 미디어 참석자 규모를 보면,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진 1997년 COP3 당시의 3,71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575명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한국 미디어의 관심이 여의도와 용산, 서초동 등에 집중된 사이 수많은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은 바쿠를 향했던 것이죠. 1995년, 베를린에서 개최된 첫 번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부터 이번 29번째 총회에 이르기까지 그 인원의 변화를 보면, 각국 정부가, 시민사회가, 언론이 기후변화 대응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게 됐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번 COP29에 참석한 이들의 국가별 규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총 437명이 참가하면서 이탈리아와 함께 공동 13위에 올랐습니다. 미국(16위), 호주(19위), 캐나다(21위)보다도 많았을뿐더러, 독일(26위), 덴마크(216명) 등 유럽 선진국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현장을 찾은 것이죠. 물론 중국(969명)이나 일본(595명)과 같은 주변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였지만, 국내 다수의 정부 관계자, 전문가, NGO와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치열한 협상의 현장을 지켰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치열한 논의를 벌였음에도, 너무 치열했던 나머지 예정보다 이틀이나 늦게 회의를 마쳤음에도, 그 결과는 조금은 공허했습니다. 기후변화를 조금이나마 늦추기 위해선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화석연료의 퇴출에 있어 국제사회는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습니다. 만장일치를 요하는 의사결정 구조 하에서 여전히 서로 다른 이해관계들이 엇갈리게 된 것이죠.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의 퇴출'과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에 대해서도 195개국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저 25개국이 “향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겠다”고 합의하고, 16개 나라가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하는 데에 그쳤죠. 물론 대한민국은 이 두 개의 그룹에 모두 속하지 않았고요.
그렇다고 195개국이 그 어떤 내용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우선, 195개국은 진통 끝에 개도국 및 저개발국 등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for climate finance, 신규 기후재원 목표)에 합의했습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2035년까지 연 1.3조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특히 선진국 주도로 이중 최소 3천억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선진국의 '책임'을 두고 1천억달러(선진국 측 주장)와5천억달러(개도국 측 주장)의 사이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던 당사국들은 마지막 순간 '극장 골'처럼 3천억달러라는 합의점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합의점이 '만족점'과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논평을 통해 “3천억달러라는 규모는 지금까지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봤을 때,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자라 할 선진국의 책임 대비 부족한 액수”라며 “이미 닥쳐온 기후 재난의 양상을 봤을 때도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나머지 1조달러 가량에 대해선 '모든 행위자(All actors)'라고 조달원을 폭넓게 제시한 것도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뿐 아니라 개인, 기업, 단체 등 재원 제공자의 문을 지나치게 넓혀놓은 것이 반대로 국가의 의무나 책임감,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이든, 선진국이 아니든, 앞으로 기후재원 마련에 대한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더 이상 책임을 미루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글로벌 기후변화 협상 현장에서 한국은 Annex I(의무 감축국)에 속해있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던 교토협약에서 한국은 그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었죠. 선진국 분류 기준은 'OECD 가입 여부'였는데, 당시 한국은 멕시코와 더불어 OECD 회원국 중 예외적으로 감축 의무를 면제받은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산업화와 함께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본격화한 1750년 이래 국가별 누적 배출량을 따졌을 때, 한국의 순위는 이제 세계 16위에 이릅니다. 한국의 누적 배출량은 201억 732만톤에 달합니다. 호주(196.6억톤), 스페인(155억톤), 벨기에(128.2억톤), 네덜란드(121.4억톤), 스웨덴(51억톤) 등 다수의 Annex I 국가들보다도 이미 더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냈죠. 한국을 향한 재원 조달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유엔의 국제 기후재원 기여국가 목록에 추가될 잠재적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인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한 각종 국제협약 상에서의 국가 구분,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책임, GNI로 따져보는 재원 기여 능력 등에 따라, 향후 기후재원 기여국가에 포함될 확률이 높은 나라를 따져본 결과, 한국은 체코와 러시아, 폴란드 다음으로 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한 각종 글로벌 협약 상에서 '비 선진국'으로 분류된 상태인데, 경제규모로 보나, G20이나 OECD 등 국제기구 가입 여부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라는 '옛 명함'을 쥐고 있기 힘들기도 하고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앞날이 또렷해지기보단 흐릿해진 듯한 이번 COP29였지만, 이러한 기후재원 외에 또 다른 합의도 있었습니다. 바로, 오랜 기간 난항을 거듭하며 미뤄졌던 파리협정의 6조입니다. 교토체제가 끝나고 파리체제로 접어들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던 감축 실적의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해진 겁니다. 이는 당장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우리의 목표에서 파리협정 6조에 따른 '해외에서의 감축 활동 결과의 국내 이전량'이 무려 3,750만톤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3,750만톤이면 2023년 우리나라의 농축수산부문 배출량(2,500만톤)보다도 많고, 건물부문 배출량(4,420만톤)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런 어마어마한 양의 감축을 해외 사업을 통해 달성하고, 그러한 감축 성과를 한국으로 가져와야만 하는 것이죠. 이 사업은 대부분 우리보다 자본도 기술도 열악한 개도국에서 진행될 텐데, 감축의 성과를 사업지 국가와 50:50으로 나눈다고 하면, 우리가 실제 해외에서 감축 성과로 이뤄내야 하는 감축량은 7,500만톤이나 됩니다.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의 농축수산부문 배출과 건물부문 배출을 합친 것보다 많고, 자칫 수송부문의 2023년 배출량(9,490만톤) 만큼을 줄여야 목표로 하는 국외 감축분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를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제야 해외에서의 감축 활동에 대한 규칙이 마련된 상황에서 2030년까지 제대로 된 감축 결과물을 낼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당장 남은 시간은 2025~2030년까지 딱 6년. 계약을 체결하고, 각종 인허가를 비롯해 설비의 시공 등 사업을 추진하고, 그 사업에 따른 감축 결과를 내기까지의 타임라인으로는 꽤나 짧은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253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세…2030 NDC 달성에 청신호일까?〉에서 전해드렸던 것처럼, 2030 NDC 이행에 있어 목표로 하는 국외감축을 달성하지 못할 상황에 따른 '플랜 B'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플랜 B'는 무엇일까. 국내 에너지전환의 가속화라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전환과 산업, 건물, 그리고 수송에 이르기까지 주요 배출부문의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선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고, 그 전기를 무탄소 발전원으로 생산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죠. 전 세계가 몰두하고 있는, 유독 우리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그 '에너지전환' 말입니다.
이번 주 연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마칩니다.
“이번 협상은 불확실하고도 분열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진행된 복잡한 협상이었습니다.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께 찬사를 보냅니다. 여러분은 파리협정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가 최대의 난제를 헤쳐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각국 정부가 이 합의를 발판 삼아 발전해 나가기를 호소합니다.
첫째, 세계 각국은 약속한 대로 COP30보다 훨씬 앞서 1.5℃ 목표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제 전반에 걸친 국가 기후행동 계획, 즉 NDC를 제출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선 온실가스 최대 배출 국가들인 G20 국가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이러한 새 NDC는 모든 배출 행위와 경제 전반을 포괄하며, 값싸고 청정한 재생에너지의 혜택을 누리는 등 지난 COP28에서 합의한 에너지전환 목표에 기여해야 합니다.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은 경제적 필연입니다. 새로운 NDC는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하고,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둘째, 미래를 위한 협정에선 약속한 바를 이행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특히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에 제공하는 완화된 조건의 대출을 늘리고, 그 대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같은 금융에 대한 효과적인 조치, 그리고 적절한 자본 확충을 통한 다자개발은행의 대출 여력 확충과 같은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환대에 감사드리며, 무크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과 그의 팀원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탁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과 그의 동료들, 그리고 유엔 팀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최대한의 야망과 정의를 위해 바쿠에 온 모든 대표들과 청년들, 시민사회 대표들께도 찬사를 보냅니다.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며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계속 이 노력을 이어가세요. 유엔이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