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 자격시험 ‘전북 홀대’ 논란

코로나시기떼 치러진 보험설계사 자격시험. 연합뉴스 제공

“보험업은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렵게 모집된 분들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려면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해야 하는데, 이 시험을 보려면 광주나 대전까지 가야만 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전북에서 영업하는 보험설계사가 한 두명도 아니고, 시간낭비에 돈낭비까지... 이것도 엄연히 지역차별입니다.”

손해보험협회가 주관하는 호남권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이 광주광역시 중심으로 치러지면서 전북 홀대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관련 시험을 주관하는 손해보험협회 서부지역본부에 따르면, 5월 호남지역에서 진행되는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은 광주광역시에서 4회, 순천시에서 1회 치러진다. 4월에 한차례 시험이 치러진 전북(전주)은 전남(순천)과 번갈아 두달에 한번꼴로 시험이 진행될 뿐이어서, 이번달 시험을 보려면 광주나 대전 등지로 가거나 6월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그나마 6월에는 전주시에서도 한차례(5일) 시험일정이 잡혀있다. 같은 달 광주광역시는 4일과 7일, 12일, 28일 등 4차례 자격시험이 치러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전북 홀대 현상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면접촉을 꺼리던 분위기가 계속되자 업계 전반적으로 자격시험 응시자가 줄었고, 시험감독을 책임지는 인력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이때부터 전북지역에서는 두달에 한번씩만 시험이 치러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완전히 종결된 현재까지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지역에서는 최근 업체를 통해 손해보험협회에 공식적으로 전북지역 시험일정 증설을 요구했고 긍정적 답변을 받아낸 바 있지만, 시험 관리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업종이면서도 손해보험협회와는 달리 생명보험협회는 매월 전북에서 자격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대조되는 부분이다.

두달에 한번 전주시에서 치러지는 시험이 월 초인 5일 전후로 고정돼 진행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손해보험 업무는 삼성화재나 현대해상처럼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설계사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생명보험사가 자신들의 전속설계사로 하여금 특정 손해보험사 1곳의 상품을 추가 판매할 수 있는 교차모집에 나서기도 하고, 모든 보험사 상품을 고루 취급하는 GA(법인대리점) 형태로 설계사를 모집하기도 한다.

월 말과 월 초는 보험실적 마감과 맞물려 가장 바쁜 시기다. 시험일정이 월 초인 5일 전후에 있게 되면 교차모집이나 GA 형태는 시험응시가 거의 불가능하다. 각각의 보험사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맞춰 교육을 통해 이들을 응시케 하는데, 교육일정 대부분이 바쁜 월 초나 월 말을 피하고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5일 전후로 전주에서 시험이 치러지더라도 실제 응시자는 50~60명에 불과한데, 손해보험협회가 이 같은 수치를 이유로 전북지역 응시자가 적어 시험횟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논리도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전북지역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감독관 2명만 전주로 와 시험을 치르면 되는데 그 인원이 없다는 이유로 최소 수십명에 달하는 응시자들이 매번 광주나 대전으로 가 시험보는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우리가 민원을 제기해도 손해보험협회와 시험감독기관인 서부지역본부가 핑퐁게임하듯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애먼 지역 응시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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