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ML포커스] 이정후, 안타로 증명한다… 타격왕 꿈이 허상이 아닌 이유

부상 복귀 후 완전히 달라진 타격… 메이저리그 정상급 교타자로 진화
16경기 연속 안타 넘어 타격왕 경쟁까지, 샌프란시스코의 희망이 되다
힘 대신 정확함, 장타 대신 기술… 이정후만의 방식으로 MLB를 정복하다
이쯤 되면, 설명이 필요 없다.이정후는 지금 안타로 말하고 있다.
한동안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허리 부상까지 겹쳤다.
현지에서는 트레이드설까지 흘러나왔다. 거액 계약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냉정한 메이저리그답게 평가는 빨랐고, 반응도 차가웠다.
그런데 돌아온 뒤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래 이정후가 가장 잘하는 야구를 다시 꺼내 들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자가 아니다.억지로 담장을 노리는 스타일도 아니다.그의 야구는 늘 정밀했다.
배트 중심에 공을 오래 머물게 하고, 투수가 던진 코스대로 결을 맞춰 쳐낸다. 왼쪽이면 왼쪽, 오른쪽이면 오른쪽이다.
여기에 타구 판단과 주루 감각이 더해진다. 그래서 안타의 종류도 단조롭지 않다.
깨끗한 중전안타가 있는가 하면, 코스 맞는 타구가 있고, 빠른 발로 만드는 내야안타도 있다.

이런 타자는 한번 리듬을 타면 무섭다.지금의 이정후가 딱 그렇다.
5월 중순부터 이어진 연속 안타 행진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타격감이 좋다는 정도가 아니다.
매 경기 최소 한 번은 투수를 이겨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 투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말이다.
한 경기 4안타가 터지고, 다음 날 또 멀티히트가 나온다. 우연이나 반짝 페이스로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그래서 자꾸 한 선수가 떠오른다.
전성기의 이치로다.
물론 비교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정후의 타격에서 보이는 장면들은 분명 그 계열이다. 힘보다 중심, 장타보다 정확성, 그리고 무엇보다 타석 안에서의 평정심이다.
헛스윙을 크게 휘두르기보다, 공을 끝까지 보고 결을 맞춰낸다.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는 가장 질리는 유형이다.
분명 잘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타구가 외야 빈 곳으로 흘러가 있다.

더 반가운 것은 이 반등이 준비된 결과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부상으로 빠져 있던 시간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대 투수의 구질과 궤적을 다시 확인하고, 타격 타이밍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됐다.
쉬고 돌아온 타자가 아니라, 정비를 마친 타자처럼 보이는 이유다.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인다.이 흐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페이스를 일정 기간 더 이어간다면, 더는 단순한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호조’가 아니다.
타격왕 경쟁이라는 말도 과장이 아니게 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에서 타율 3할은 상징적인 벽이었다.
그런데 이정후는 지금 그 벽을 넘는 수준을 넘어, 리그 정상권 타율을 바라보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타격왕은 재능만으로 되는 자리가 아니다.꾸준함과 건강, 그리고 시즌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만 놓고 보면, 이정후는 그 세 가지를 모두 이야기할 수 있는 타자다.

부진은 지나갔다. 부상도 견뎠다. 이제 남은 것은,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의 배트는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가장 위협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 타격왕이라는 단어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글/구성: 민상현 기자, 김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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