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담은 컬렉션
패션계 거장의 완벽주의 철학이 투영된 라인업
또다른 일류 수집가, 제이 레노의 차이점
미국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단순한 옷을 넘어 ‘아메리칸 드림’과 ‘클래식한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며 세계적인 패션 제국을 건설한 거장이다. 뉴욕 브롱크스의 가난한 유대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그는, 자신의 브랜드 ‘폴로(Polo)’를 통해 미국 상류층의 여유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패션에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Timeless Beauty)‘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은 취미 영역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랄프 로렌의 자동차 컬렉션은 단순히 부를 과시하는 수집이 아니라, 역사적 중요성, 독특한 디자인, 그리고 예술적 가치를 기준으로 엄선된 70여 대의 ‘움직이는 예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차고는 패션이 담지 못한 그의 비전, 즉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의 확장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그중 가장 가치가 높은 다섯 대의 리스트를 소개해 본다.
1. 1938 부가티 타입 57SC 애틀랜틱

랄프 로렌 컬렉션의 정점이자 전 세계 자동차 컬렉터들이 선망하는 모델이다. 이 차량은 전 세계에 단 두 대만 남아 있는 희귀성으로 인해 1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항공기용 마그네슘 합금 차체를 용접할 수 없어 차체의 모든 이음새가 외부에 리벳으로 고정된 독특하고 유려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를 넘어, 1930년대 아르 데코 시대의 장인 정신과 미학을 대표하는 조형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 1962 페라리 250 GTO

자동차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카 중 하나로 꼽히는 모델이다. 1960년대 초 레이스 규정을 맞추기 위해 단 39대만 생산되었으며, 랄프 로렌이 소유한 이 모델은 7,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0 GTO는 당시 최고의 레이싱 성능을 발휘함과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겸비하고 있다. 로렌은 이 차의 강렬한 빨간색(Rosso Corsa)에서 영감받아 자신의 패션 라인에도 레드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큼, 이 차량이 지닌 역사와 미학을 높이 평가했다.
3. 1996 맥라렌 F1 LM

맥라렌 F1 LM은 일반 F1 모델의 경량화 버전으로, 1995년 르망 24시 레이스 우승을 기념하여 단 5대만 제작된 극강의 희소 모델이다. 일반 F1보다 더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고 불필요한 무게를 줄여 성능을 극대화했으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기록되었다. 로렌이 이 모델을 소유하는 것은 단순한 속도 추구가 아닌, 최고의 기술력과 레이싱 역사를 컬렉션에 담고자 하는 그의 완벽주의적 면모를 보여준다. 이 차량 역시 2,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4. 1930 메르세데스-벤츠 SSK ‘카운트 트로시(Count Trossi)’

1930년에 제작된 이 모델은 이탈리아 귀족인 카를로 펠리체 트로시 백작이 특별 주문 제작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One-off) 맞춤형 모델이다. SSK는 장인정신과 예술적 가치 면에서 랄프 로렌의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한다. 특히 이 차량은 1993년 권위 있는 페블 비치 콩쿠르 델레강스(Pebble Beach Concours d’Elegance)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이 차는 로렌이 패션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것과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5. 1957 재규어 XKSS

르망 우승에 빛나는 레이싱카 D-타입을 기반으로 로드카로 제작된 모델이다. 공장 화재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면서 단 16대만 완성되었는데, 이러한 비극적인 배경과 한정된 수량 덕분에 희소성이 매우 높다. 로렌의 컬렉션은 이처럼 당대의 가장 진보적인 레이싱 기술이 로드카로 전환되는 순간의 역사를 담아내고자 한다. 이 차량 또한 수천만 달러의 가치로 평가되며, 로렌의 클래식카 라인업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랄프 로렌 vs. 제이 레노: 컬렉션 철학의 차이

랄프 로렌의 컬렉션은 코미디언이자 자동차 애호가인 제이 레노(Jay Leno)의 컬렉션과 자주 비교되지만, 그 철학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제이 레노가 180여 대의 자동차와 160여 대의 오토바이를 소유하며 ‘다양성과 엔지니어링의 역사‘를 중시하는 컬렉터라면, 랄프 로렌은 오직 ‘소수의 최고‘에 집중하는 컬렉터다.
제이 레노의 컬렉션이 증기기관차부터 일반적인 소형차까지 기술 진화의 박물관에 가깝다면, 랄프 로렌은 자동차가 곧 ‘움직이는 예술 작품‘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의 컬렉션은 희소성, 디자인,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의해 엄선되었으며, 상위 5개 차량의 총 가치만 해도 수억 달러를 가뿐히 넘긴다.
결론적으로, 랄프 로렌은 ‘가장 귀한 차‘를, 제이 레노는 ‘가장 흥미로운 차‘를 수집하는 데 열정을 쏟았다. 랄프 로렌의 천문학적인 컬렉션은 그의 패션 제국이 지향하는 시간을 초월하는 우아함, 완벽주의, 그리고 특별함이라는 핵심 가치의 또 다른 표현 양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