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티 공습 개시 직전 보류…"폭탄 탑재까지 마친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으로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지시했다가 막판에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지휘부는 공격 목표물 목록 승인과 폭탄 탑재까지 마친 상태였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후티 반군에 대한 작전 개시를 앞두고 결정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군 지휘부는 공격 목표물 목록을 승인하고 작전에 투입될 전투기에 폭탄을 탑재하는 등 실제 공습 직전 단계까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후티 반군을 공격해달라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요청을 놓고 수주간 고심해왔다. 당초 참모들에게 공습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왕세자의 거듭된 요청 이후 미 국방부에 공습을 준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교전 중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주저한 배경에는 현재 후티와 미국 사이에 직접적인 교전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홍해에서 상선과 미 해군 함정을 공격한 후티를 상대로 약 두 달간 대규모 공습을 벌인 뒤 휴전에 합의했다. 이후 후티는 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고 미국도 예멘전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스스로 정리한 휴전 구도를 먼저 깨는 부담이 컸던 셈이다.

"새 전선을 여는 부담"

미군이 후티를 공격할 경우 전쟁이 또 다른 전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후티가 장악 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의 원유 수송이 이미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또 다른 길목까지 흔들리면 파장이 커진다. 새로운 전선에 미군을 투입하는 데 대한 부담이 결정을 되돌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사우디는 놓칠 수 없다"

사우디는 미국의 중동 핵심 동맹국인 데다, 현재 이란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군은 사우디의 영공과 군사시설 이용 등 협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후티 반군은 최근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 석유시설까지 타격하며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이 사우디에 공중급유기를 보내 요격 작전을 돕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으로서는 동맹의 요청을 계속 미루기도, 직접 개입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공습 직전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이번 결정은 미국이 중동에서 떠안고 있는 딜레마를 압축해 보여준다. 동맹 요청과 확전 부담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후티의 공세 수위가 다음 판단을 좌우할 변수로 남았다. (사진 출처=이데일리·AFP, 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