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X세대는 모바일 플랫폼 타깃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모바일 플랫폼 활용이 일상이 됐고, 높은 소비 여력을 갖추고 있어 최근에는 '찐 큰손' 시장으로 불린다.
'찐 큰손' 시장에 자금도 몰리고 있다. 투자 업계 불황에도 벤처캐피털(VC)들은 X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모바일 플랫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X세대 여성 전문 패션 플랫폼 '퀸잇' 운영사 라포랩스의 누적 투자금은 최근 500억원을 넘어섰다.
라포랩스는 최근 사업 영역을 넓혔다. 자회사 라포테이블을 설립하고 X세대를 겨냥한 '농수산물 직거래' 플랫폼 팔도감을 출시했다. "쿠팡 로켓프레시, 컬리, 오아시스와 다를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라포테이블은 "X세대는 다양한 커머스 플랫폼이 있음에도 농수산물은 '산지직송, 직거래' 서비스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영세하지만 맛과 품질은 확실한 생산자와 맛있는 것에 대해선 지갑을 열 용의가 있는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팔도감 이용자 중 80% 이상이 4050 중장년층이다.
VC도 라포테이블 논리에 설득당한 눈치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7월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라포테이블에 35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투자를 주도한 정희재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은 "팔도감은 퀸잇의 X세대에 특화된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해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라포테이블 사옥에서 강원호 대표와 이재윤 CBO를 만나 팔도감의 차별화 포인트와 향후 사업 계획을 들었다.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 팔도감 서비스를 소개한다면.
강원호: 모회사 라포랩스가 4050을 겨냥한 패션 커머스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고 있다. 분야를 확장하고 싶은 비전이 있었고, 그 일환으로 시작된 게 자회사 라포테이블 설립이다. 라포테이블이 '팔도감'을 출시한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중장년층에게 패션 다음 큰 시장은 식품 시장이다. 특히 식품 중에서도 '산지직송'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세대다. 네이버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파편화된 상태로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를 한 곳에 모아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곳이 '팔도감'이다.
-의류 플랫폼이 '농수산물 플랫폼' 자회사를 설립한 건 생소하다.
이재윤: 다른 회사들의 행보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X세대 고객'을 중심으로 다른 서비스를 시도하게 됐다. X세대 고객이 패션 외 관심을 갖는 시장이 어딜까 고민했다. 통계와 자료를 보면 식품 시장이 압도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산지직송 직거래 시장에 중장년층 관심이 쏠린다고 판단했다.
-쿠팡 로켓프레시,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기존 신선식품 플랫폼과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이재윤 CBO: 팔도감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면 답이 될 것 같다. 쟁쟁한 업체들이 신선식품 시장을 형성한 상황에서 X세대 고객들이 갈증을 느낄 부분을 고민했다. 팔도감 서비스 출시 전 100여명 이상의 잠재 고객을 매일 만났다. 평소 모바일로 농수산물을 구매하면서 느꼈던 아쉬움, 갈증을 듣기 위해서였다.
듣고 있으면 이분들이 '농수산물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준이 상당히 높았다. 이를 충족하는 플랫폼이 없었다. 맛있으면 지갑을 열 용의도 있고, 소비 능력도 충분한데 만족스러운 플랫폼이 없던 거다. 이분들은 네이버 밴드·블로그·카페를 통해 알게 된 영세 농수산물 생산자분들과 직거래하고 있었다.
다만 마음에 드는 생산자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씀해 주셨다. 영세 생산자분들도 많이 만났는데, 이분들도 고민이 있었다. 대형 커머스 입점하면 좋지만 광고도 해야 하고, 상세페이지도 만들어야 하는 진입장벽이 있었다.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농수산물 시장 수요와 공급 단에서 발생하는 갈증을 해결한 곳이 팔도감이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은 만큼, 입점 기준이 깐깐할 것 같다.
이재윤: 맛이 최우선 기준이다. 거기에 X세대 고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따진다. 대표적인 게 성분이다. 들기름을 예로 들면, 국산과 중국산을 섞어 만든 건 안된다. 상품 별로 중점을 둬야 하는 포인트는 다르지만, 중장년층 고객 시선에 맞게 검수한다. 성분을 따진 뒤에는 직접 맛을 본다. 일종의 '눈바디'다. 또 생산자가 누구인지,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생산자를 소개한다.
입점 기준이 깐깐한 만큼 생산자분들의 특성도 모두 살리려고 한다. 팔도감 생산자 중에는 영세 사업자분들이 많다. 농수산물을 자식처럼 키우신 분들이다. 도매 시장에서 하듯 일괄적 기준으로 농수산물을 평가하면 그분들의 노력을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없다. 재배 시 좋은 약을 썼다거나, 특별히 노력하신 부분을 꼭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강원호: 또 하나의 기준은 포장 상태다. 참외를 시켰는데 깨져있다거나, 포장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포장 개선을 역제안 한다던가 입점을 거부한다. 맛이 첫 번째 기준이지만 포장 상태도 입점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라포테이블은 '팔도감'으로 어떻게 돈을 벌고 있나.
이재윤: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별도의 고정 입점 비용 등 생산자가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일절 없다. 보통 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하면 기획전 노출, 상위 노출 등을 위해 광고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은데, 팔도감은 판매에 따른 수수료만 받고 있다.
강원호: 생산자분들도 팔도감의 고객이다. 생산자분들의 니즈도 만족시켜야 한다. 영세 생산자는 커머스 노출, 홍보, 고객 응대 등에 익숙하지 않다. 팔도감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생산자는 좋은 상품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다. 판매 수수료만 내는 만큼 생산자분들도 현재 정책에 만족하고 있다.
-현재 재구매율 등 대략적인 지표를 들어보고 싶다.
강원호: 지표 공개는 어렵지만, 이 부분은 말하고 싶다. X세대 고객 특성상 한 번 만족하면 락인(Lock-in)되는 경향이 있다. 기준이 높다 보니 한 번 만족시키는 게 어려울 뿐이다. 두 세 번 경험해서 괜찮다고 판단하면 팔도감 팬이 된다.
또 농수산물 같은 식재료는 맛있으면 나누고 싶다는 게 특징이다. 만족하신 분들이 지인들에게 소개하거나 소문을 내주시는 경우도 많이 봤다. 고객이 조금 더 쉽게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최근 선물하기 기능을 도입했다. 출시 1주일 정도됐는데, 반응이 긍정적이다.

-농수산물 직거래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이재윤: 처음 출시하고 생산자분들을 만나던 때가 기억난다. 평범한 커머스 업체로 생각하시고 연락을 끊으시거나, 만나 주지 않는 분들이 많았다. 다행히 설명을 들어주시려는 분들이 한 분씩 생겼고 입점 업체를 늘려갔다. 현재는 입점하신 분들이 알고 계신 다른 생산자분들을 소개한다거나, 소문을 듣고 고객센터에 입점 문의해 주시는 경우가 많다.
-특정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확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팔도감은 어떤 플랫폼으로 커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강원호: 내부적으로는 X세대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한다. 당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식품 특성상 추가적인 세대 확장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먹을 것이라는 건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어머니가 제게 팔도감을 소개할 수도 있고, 지인에게 소개해 줄 수도 있다. 선물하기 기능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윤: 식품의 경우 X세대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보고 있다. 저도 어머니에게 "고기는 어디서 사야해?" 등의 꿀팁을 물을 때가 많다. 어머니가 "팔도감이라는 앱 나왔는데 써봐"라고 답해주시면 자녀 혹은 어린 세대도 락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만큼 좋은 품질 보증원이 없다.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35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A를 유치했다. 자금 활용 방안이 궁금하다.
강원호: 투자 유치가 필요했던 핵심 이유는 '인재 채용'이다. 팔도감은 초창기 서비스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직원 수는 15명 정도인데, 성장 속도를 따라가려면 함께할 동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 부끄럽지만, 초기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팔도감이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언제든 팔도감 문을 두드려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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