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는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필수 가전이다. 하지만 단순히 냉장고에 넣는 것만으로 보관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냉장고 속에서도 위치에 따라 온도 편차가 크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주 여닫히는 문쪽은 냉기가 가장 불안정하고, 온도 변화가 심해 예민한 식재료를 보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문칸에 보관하는 ‘우유, 생고기, 날계란’은 사실 냉장고에서 가장 나쁜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들 식재료가 왜 문쪽에 보관되어선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1. 우유 – 문쪽 보관으로 유통기한 전에도 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장고 문에 있는 병칸에 우유를 넣는다. 하지만 우유는 섬세한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품질 저하가 빠르게 일어난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생기는 온도 상승은 우유 속 미생물의 증식을 촉진시키고, 풍미를 떨어뜨리는 산패를 유발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유통기한보다 훨씬 빠르게 상할 수 있다. 우유는 0~4도 사이에서 일정하게 냉장된 환경에 있어야 하므로, 냉장고 뒷쪽 아래 칸이 가장 적절한 위치다. 이곳은 온도 변동이 적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2. 생고기 – 온도 민감도 최고 수준, 실온 수준에 가까워지면 위험
생고기는 단백질과 수분이 많아 세균이 번식하기 매우 쉬운 조건을 갖고 있다. 보관 온도가 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살모넬라균, 대장균 등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식중독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냉장고 문쪽은 여닫음에 따라 일시적으로 온도가 10도 가까이 상승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런 환경에 고기를 보관할 경우 냉장 상태가 유지되지 않아 겉은 차가워 보여도 속에서는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 생고기는 반드시 가장 안쪽 선반에 넣고, 되도록 밀폐 용기에 담아 육즙이 다른 식재료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날계란 – 껍데기가 완전 방어막이 아니다
계란 역시 문칸에 넣기 쉬운 식재료 중 하나지만, 생각보다 민감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계란은 껍데기로 보호되어 있어 보관에 강할 것 같지만, 껍데기는 다공성 구조로 되어 있어 공기와 냄새가 쉽게 드나든다. 게다가 온도가 자주 변하면 내부 수분이 팽창하거나 축소되면서 세균이 유입될 수 있는 미세한 틈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계란의 신선도가 빨리 떨어지고, 심할 경우 살모넬라균이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계란은 일정한 냉장이 유지되는 중간 선반에 보관하고, 뾰족한 쪽이 아래를 향하게 해 노른자가 중앙에 위치하도록 하는 게 좋다.

4. 문쪽 보관이 왜 위험한가? – 냉장고 내 온도 구조 이해가 필수
냉장고의 문은 열고 닫는 빈도가 가장 높은 구조다. 따라서 이 부위는 냉기를 가장 많이 잃고, 외부 공기의 유입이 빈번해 다른 구역보다 3~5도 가량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의 온도 변화만으로도 식품의 부패 속도가 빨라지고, 신선도와 안전성에 문제가 생긴다.
문쪽에는 물, 소스류, 잼, 버터 등 비교적 상온 보관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제품을 넣는 것이 이상적이다. 음식물의 보관 위치를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식중독 위험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