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치솟는데 재개발·재건축 불협화음...조합원 발동동

김이슬 기자 2026. 3.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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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풀리는 정비사업
분담금 갈등에 PF 회수
시공사 교체로 사업속도 지연
입찰 무효로 사업 원점으로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소에 개시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시세 안내문./사진=김이슬 기자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는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업 지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합 안에서도 의견 충돌이 빈번한 가운데 사업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PF 중단 파국,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조합원 비상
지난해 입주하기 시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의 시공사 현대건설은 최근 조합 측에 1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를 중단하고 연 15%의 지연 가산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7일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추가 분담금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표 행사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이 부결되자 해당 PF가 디폴트에 빠진 데 따른 조치다.

변경안에는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을 기존 약 2억원에서 최대 11억7천만원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비 상승과 설계 변경, 사업 지연에 따라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비상대책위윈회를 중심으로 추가 분담금 수용을 거부했고, 현대건설은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앞서 조합은 농협은행 등에서 1692억원의 PF 대출을 받고 현대건설이 연대보증을 섰다. 조합이 대출 상환을 못하면 현대건설이 대위변제 후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는데, 공사비 잔급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채권 회수 절차에 돌입한 현대건설은 이주비와 잔금대출 협조는 물론 입주증 발급과 키 불출 중단을 포함한 입주 절차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당장 매달 천만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조합원들, 입주가 막히면서 전월세 계약한 세입자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요새 반전세 문의 전화가 종종 오곤 하는데 입주가 안 되면 허사 아니겠냐"며 "지난해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 숨통 돌리나 했더니 문제가 오래간다"고 했다. 조합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한 만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 '시공사 교체' 상대원2구역, 조합장 경찰 수사로 확대
경기도 성남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인 상대원2구역도 시공권 갈등이 격화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기존 DL이앤씨에서 GS건설로 시공사 교체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커졌고 비대위를 구성한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 해임을 요구, 조합과 조합장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며 시공권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성남중원경찰서는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과 조합장 B씨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해당 조합장은 상대원2구역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일부 협력사가 자재 납품권을 확보하도록 돕고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일대 약 24만2000㎡ 부지를 재개발해 43개 동, 지상 최고 29층, 최대 4800여 가구 규모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5년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돼 사업을 추진해 이주와 철거가 상당 부분 진행됐으나 지난해 말 조합 집행부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 적용을 요구, 건설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시공사 교체를 추진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26일 예정된 조합 해임 총회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만약 해임안이 부결되고 시공사 교체를 강행하면 법적 분쟁이 불가피해보인다. DL이앤씨와 비대위 측은 시공사 변경 무효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면 착공 시기가 미뤄지고, 조합원들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대우·롯데 경쟁 '성수4지구', 입찰 무효 끝에 원점으로
1조3천억원 규모의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 재개발정비사업은 최근 서울시와 성동구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입찰을 무효라고 판단한 후 재입찰에 들어간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4지구 조합은 13일 대의원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 재입찰 안건을 가결했다. 두 건설사가 1차 입찰에서 납부한 1천억원 규모의 보증금도 반환하기로 했다.

성수4지구는 2월 9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으나 조합이 대우건설의 서류 미비를 문제 삼으면서 갈등을 거듭하다 입찰 제안서 개봉 등의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관할구청인 성동구청의 중재, 서울시의 현장 점검이 진행된 후 결국 입찰은 무효 처리됐다. 시는 대우와 롯데가 개별 홍보 관련 지침을 위반하고, 조합 역시 절차상 하자를 꼬집으며 선정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규정 위반시 입찰자격 발탁과 해당 시공자 입찰보증금은 조합에 귀속된다'는 방침에도 조합이 반환을 결정한 것은 시가 조합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통합심의 후 시공사 선정만 기다리던 해당 사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현장 분위기는 다소 가라앚은 모습이다. 재입찰 공고와 현장설명회 등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만큼 시공사 선정까지 수개월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 C씨는 "워낙 좋은 입지여서 기대감을 갖고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오긴 한다"며 "이미 대출을 받아 재개발 매물을 사들인 분들이 이자를 내야하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