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재해 유형 다양해지고 영세업체에 집중

김두천 기자 2025. 10.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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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정신질환 인식 확산 통계에 반영
산재 인정, 보상까지 가는 길 여전히 멀어
영세사업장 기후위기 등 변화에 더 취약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7월 9일 대구 한 공사장 인근에서 인부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자 재해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통령부터 국무회의에서도 공개적으로 산업현장 재해 문제를 언급한다. 지금 정부만큼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산업재해 문제 공론화를 주도한 정부는 없었다. '일터에 죽으러 가는 노동자는 없다'는 명제가 국정감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해마다 100명 출퇴근길 사망

출퇴근 중 사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매년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출퇴근 산업재해 건수도 최근 5년(2020~2024) 새 70% 가까이 증가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국민의힘·비례)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전체 출퇴근 산재 승인 건수가 2020년 7157건에서 지난해 1만 2124건으로 69.4%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9273건이 발생해 출퇴근 산재 도입 이후 역대 최대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같은 기간 출퇴근 산재로 유족급여 승인을 받은 사망자는 총 645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39명 △2021년 125명 △2022년 141명 △2023년 128명 △2024년(8월 기준) 112명이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노동자 84명이 출퇴근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출퇴근 산업재해 제도는 201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과거에는 통근버스 등 사업주 지배·관리 범위에서만 인정되던 사고를 일반적인 출퇴근까지 확대했다.

현재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 자녀 등하교 지원, 병원 진료 등 일상적 범위 내 사고도 산재로 인정된다. 퇴근 후 체력단련장 방문이나 사적 약속 등 업무와 무관한 이동 중 사고는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다.

한국노총 경남본부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출퇴근 사고가 개인 재해가 아닌 사회적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가 예상한 연 8만 건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치 못해 제도 인지도와 접근성을 높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출퇴근 산재가 도입된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도적 미비와 인지도 문제로 현장 체감도가 낮다"면서 "노동자들의 보편적 권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산재 인식은 확산됐지만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은 산재 승인 건수가 최근 10년새 10배 넘게 증가했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적응장애'가 폭증하면서 전체 정신질환 산재의 절반을 웃돌았다. 반면에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은 산재 사망 승인률은 5년 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김위상(국민의힘·비례)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정신질환 산재 승인 건수는 2015년 46건에서 지난해 471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7월까지 승인된 건수는 240건으로, 현 추세대로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정실질환 산재 유형 중에는 '적응장애' 비중이 가장 컸다. 2015년 10건이던 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피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0년 161건 △2021년 245건 △2022년 221건 △2023년 229건 △2024년 250건으로 10년 새 25배 늘었다. 올해도 7월까지도 140건이 승인돼 전체 정신질환 산재 58.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53.0%)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정신질환 산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유족급여 승인)는 358건이었다. 2015년 7건에서 2021년 77건으로 크게 늘었다가, 2022년부터는 매년 30여 건씩 발생 중이다. 올해는 7월까지 14건이 승인됐다.

정신질환 산재에 따른 평균 요양 기간도 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2년(731.3일)을 넘어서며 역대 최장치를 기록했다. 2016년(533.3일)보다 198일 길어진 수치다. 올해 평균 요양 기간도 724일에 달해 정신질환 산재 노동자가 평균 2년 가까이 근무를 중단한 채 요양에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최근 10년간 정신질환 산재가 10배 넘게 늘었는데도 제도는 여전히 사후 대응 방식에 머물러 있다"면서 "정부는 원인별 현장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노동자 마음건강을 보호할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산재 승인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망 승인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 병)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65.4%에서 2024년 34.9%로 크게 줄었다.

정신질환 사망 산재 신청 건수는 △2020년 75건 △2021년 147건 △2022년 85건 △2023년 85건 △2024년 109건으로 매년 변동 폭이 크다. 한데 승인률은 △2020년 65.3%(49건) △2021년 52.4%(77건) △2022년 44.7%(38건) △2023년 41.2%(35건) △2024년 34.9%(38건)로 지속해 하락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정신질환 사망 산재를 불승인해 발생한 소송 건수도 급증했다. 2020년 29건이던 것이 2021년 32건, 2022년 48건, 2023년 61건, 2024년 75건으로 5년 새 2.6배 증가했다. 유족이 산재 신청을 거부당한 뒤 다시 법원을 찾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게 박 의원 생각이다.

문제는 공단 소송 패소율이다. 확정사건 기준으로 공단 패소율은 △2020년 8.3% △2021년 18.2% △2022년 36.4% △2023년 17.6% △2024년 35.5%로 나타났다. 2024년 확정사건 31건 가운데 공단이 승소한 건은 15건이었고, 패소는 11건, 취하 등이 5건이었다. 산재를 인정 받기까지 수년간 소송을 해야하는 유족들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정신질환 산재 사망 승인률이 5년 새 절반으로 떨어졌고, 공단이 불승인한 사건의 소송 패소율은 35.5%에 달한다"며 "공단이 정신질환 산재 사망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영세업체 노동자에게 더 몰리는 피해

해마다 고점을 넘어서는 불볕더위는 영세한 현장 노동자에게 더 잔혹했다. 최근 5년 동안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형동(국민의힘·경북 안동 예천) 의원이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보면 '온열질환 산재 승인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20년 13명에서 2021년 19명, 2022년 23명, 2023년 31명, 2024년 51명이다. 5년 동안 4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무엇보다 불볕더위가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직접 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상청이 밝힌 2025년 폭염일수는 16.6일로 지난해보다 9.5일 늘었다. 온열질환 재해는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환경은 영세한 현장 노동자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폭염 안전보건 규칙'을 근거로 7월 17일~8월 31일 전국 사업장을 감독한 결과 위반 사업장은 711곳, 위반 건수는 780건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위반이 66%(470곳)로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건설업(38.8%)과 제조업(36.7%) 분야에 집중됐다.

김형동 의원은 "온열질환 산재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주무기관이 현장 위험 요인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만큼 현장 중심 예방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으로 △감독 주기 강화 △성실 사업장 인센티브 등 예방 중심 대응을 주문했다.

노동 환경이 열악한 중소 사업장 노동자는 임금체불도 견뎌야 했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진욱(더불어민주당·광주 동남 갑) 의원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임금체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정 의원에게 제출한 2022~2024년 '사업장 규모별 임금체불 현황'을 보면 2022년 1조 3472억 원, 2023년 1조 7845억 원, 2024년 2조 448억 원이다. 3년간 임금체불액이 51.7% 증가했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0명 중 8명꼴로 임금체불을 겪었다. 연도별로 2022년 81.1%, 2023년 83.6%, 2024년 80.5%이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1호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소상공인 온전한 회복은 허언으로 밝혀졌고 실상은 소상공인 붕괴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벤처부는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관리와 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두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