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한국? 인생 사진 찍는 이국적 여행지
사하라사막처럼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 ‘한국의 사막’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한국의 아라비안나이트, 태안신두리해안사구입니다. 바다가 보고 싶을 때 훌쩍 떠나 기분 전환하기에 좋은 태안신두리해안사구와 파도리해수욕장의 탐방로 안내, 함께 여행하면 좋은 곳, 사진 포인트, 태안 물때 체크 사이트 등을 카레부부의 주말 여행기에서 확인해 보세요!
우리 나라에도 사막이?
태안 바닷가에서 인생 사진을 건지다
충남 태안군 태안신두리해안사구·파도리해수욕장
어릴 적 일요일 아침마다 꼭 챙겨보던 ‘미스터리 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번은 이집트의 역사와 사막의 카라반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었는데 이 내용에 홀딱 빠져 나중에 고고학자가 돼 전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꿈을 꿨다. 안타깝게도 아직 이집트 사막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우리나라에도 진짜 사막이 있다고? 반신반의하던 중 충남 태안군 해안가의 사막, 즉 사구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하루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사막에 얼른 가야 했다.
한국의 아라비안나이트, 태안신두리해안사구
새로운 장소, 특히 일상에서 벗어난 신비한 장소에 갈 때는 항상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막여행을 꿈꾸던 나로서는 이번 여행은 특히나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심지어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이라니, 더 일찍 알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한국의 사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태안신두리해안사구(이하 신두리해안사구)는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거리다. 주말여행으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을 때 훌쩍 떠나 기분 전환하기에도 그만인 장소다. 신두리해안사구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과연 이곳에 사막이 있을까 미심쩍었다. 그러나 저 멀리 바닷가의 해안사구가 모습을 드러내자 깜짝 놀랐다. 갑자기 아프리카의 황금빛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사실 이곳은 사막이라기보다 해안의 모래가 바람에 의해 개펄에서 육지로 이동돼 구릉 모양으로 쌓인 모래언덕(사구)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 그럼에도 사구의 모습이 마치 사하라사막처럼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 ‘한국의 사막’이라고 불린다.
신두리해안사구에 발을 디딘 순간 귓가에 모래사막 여행을 알리는 ‘아라비안나이트’ 노래가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발에 무겁게 감겨오는 모래사막을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웅장한 모래언덕이 나타나는데 그 아름다운 모습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작은 사막 느낌의 이곳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진입이 금지돼 있다. 대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우리는 멋진 곳에 도착했다는 것에 신이 나서 함께 춤을 췄다. 해안사구를 지나면 곰솔생태숲을 통해 작은별똥재에 오를 수 있다. 작은별똥재는 오래전 운석이 떨어진 장소로 ‘별똥별의 재’라는 뜻이라고 한다. 운석이 떨어진 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는데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늘 그렇듯이 우리의 소원은 단 하나, ‘상대방이 행복하기를’.
숨겨진 SNS 사진 맛집, 파도리해수욕장
바닷가에서는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멋있게 나올까? 요즘엔 뻔한 사진이 아닌 특별한 사진이 뜨고 있다. 내가 아닌 장소가 주인공이 되는 사진이다. 사람은 장소를 빛내는 엑스트라 중 하나일 뿐이다. 파도리해수욕장은 그런 사진을 찍기에 적합한 장소다. 아치형 해식동굴 안에서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누리소통망(SNS)에 올라오면서 ‘사진 맛집’으로 소문이 나고 있다.
파도리해수욕장은 태안반도에서 바다로 돌출된 지역이기 때문에 파도의 세기가 강하다. 거센 파도의 영향으로 해식동굴(파도, 조류 등이 암석의 약한 부분을 파들어가면서 생긴 동굴), 시아치(암석에 구멍이 생겨 아치모양을 하고 있는 지형) 등이 발달했다. 해안선을 따라 북쪽 끝으로 걸어가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보인다. 그 뒤편으로 넘어가면 멋진 해식동굴과 시아치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와 바위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들이 동양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푸른 하늘과 색다른 바다 풍경을 마주하고 신이 난 우리는 해식동굴을 찾아 바닷가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물때를 놓치면 해식동굴이 바닷속으로 사라진다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동굴 안에서 바다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피사체의 어두운 형태가 동굴 안에 담긴 몽환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인상깊은 사진을 많이 남긴 여행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사진만 찍느라 여행을 즐기지 못하면 안 되겠지만 때론 멋진 사진을 남겨 더 뜻깊은 곳도 있다. 파도리해수욕장은 타이밍을 잘 맞춰 찾아가면 영화 포스터 부럽지 않은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태안신두리해안사구
안내번호: 041-672-0499
교통 자가용: 서해안고속도로 → 서산IC → 서산 태안 → 원북 → 신두3리 → 태안신두리해안사구
버스: 서울 → 태안(20분 간격), 대전 → 태안(20~30분 간격)
열차: 장항선 홍성역에서 하차, 홍성-태안 간 시외버스 이용
열차: 경부·호남선 천안역에서 하차, 시외버스 이용
해안사구는 조류와 연안류에 실려온 모래가 파랑에 밀려 사빈으로 올라온 뒤 바람에 날려 운반 퇴적돼 형성된 해안지형이다. 태안신두리해안사구는 세계 최대의 모래언덕이자 슬로시티로 지정된 태안의 가장 독특한 생태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A코스(1.2㎞ / 30분): 신두리사구센터–모래언덕 입구–초종용군락지–순비기언덕–탐방로 출구
B코스(2.0㎞ / 60분): 신두리사구센터–모래언덕 입구–초종용군락지–고라니동산–염랑게달랑게–순비기언덕–탐방로 출구
C코스(4.0㎞ / 120분): 신두리사구센터–모래언덕 입구–초종용군락지–고라니동산–곰솔생태숲–작은별똥재–억새골–해당화동산–염랑게달랑게–순비기언덕–탐방로 출구
파도리해수욕장
문의 및 안내: 041-670-2691(태안군청 관광진흥과)
백사장 면적은 25㏊, 길이는 1㎞, 폭은 250m다. 충남 태안군 태안반도 소원면 남쪽 끝 파도리초등학교 옆에 있다. 백사장 옆으로 울퉁불퉁한 검은 갯바위가 늘어서 있고 해변은 해옥(해변의 예쁜 돌)으로 덮여 있다. 1980년에 개장했지만 지리적 요인 때문에 외부인의 발길이 뜸했다. 산등성이 너머 반대편에 있던 바닷가가 간척사업으로 육지로 변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매년 5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매년 7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장하며 서해안의 다른 해수욕장들과 달리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며 바다 생물이 많이 살고 있어 가족 피서지와 자연학습장으로 좋다.
사진 촬영 시 주의할 점
1 태안 물때 시간 체크 필수! 간조·만조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해식동굴로 가는 길이 바다로 막히거나 사진을 찍는 도중 물이 갑작스럽게 차오르기도 한다. 여유롭게 시간 체크를 해서 안전하게 촬영하자.
- 태안 물때 체크 사이트: 태안군청(www.taean.go.kr)
2 물때 보는 법 : 갯벌 체험이 가능할 정도로 물이 빠지는 시간은 물때 시간에서 저조시간(물이 가장 낮은 시간)을 기점으로 2시간 전후다. 이 시간을 맞추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3 뾰족한 바위와 험한 바위 언덕을 넘어가면 해식동굴로 들어갈 수 있다. 미끄럽기 때문에 트레킹화와 운동화를 필수로 신고 와야 한다. 높은 구두를 신고는 넘어가기 힘든 지형이다.
4 사진은 해식동굴 밖에서 찍는 것보다 동굴 안쪽에서 바깥을 배경으로 찍는 것이 더 분위기 있게 나온다. 물때를 체크한 후 일몰·일출을 맞춰 사진을 찍는다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함께 여행하면 좋은 곳
천주교태안교회(태안성당)
천주교태안교회는 1964년 설립돼 2004년 신축된 건물로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종교시설이다. 태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다. 태안의 바닷가 여행 후 아름답고 우아한 건축물인 천주교태안교회와 주변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은 여행 코스 중 하나다.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터널길 26-13
카레 부부가 꼽은 최고의 사진 포인트
태안신두리해안사구 모래언덕 앞
글·사진 조유리 작가
여행작가이자 인스타그램(@curryuri) 팔로워 19만 8000명을 보유한 인스타 셀럽.
남편인 코미디언 김재우와 함께 ‘카레부부’로 불린다.
저서로 <카레부부의 주말여행 버킷리스트>(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