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물이 빠질까 급하게 가계약금을 걸어 뒀는데, 대출이 문제가 되네요.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사실 가계약, 가계약금은 정식 법률 용어는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 시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거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일부 금액을 미리 ‘걸어놓고’ 다른 거래를 막는 관행적인 거래방식입니다.
특히 아파트 거래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특성상 매수, 매도자의 신속한 거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또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준비를 위해서라도 가계약은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계약에 앞서 빠르게 계약금의 일부를 지불하는 형태이다보니 거래가 무산될 경우 분쟁의 소지가 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가(假)계약’에서 주는 단어의 의미를 각자의 위치에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가계약은 정식계약이 되는지, 가계약금 반환은 어떻게 되는지 법원은 어떤 판단을 했을까요?
[Remark] ‘가계약은 임시계약?’… 약정과 합의 수준에 따라 달라
가계약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히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성립하거나 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효력과 법적 책임은 당사자 간의 구체적인 약정과 합의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가계약금을 몰취하려면 명시적인 약정이 존재해야 한다(2007다40765)’고 판시했습니다. 즉 명시적 약정이 없다면 계약금이나 위약금이 아닌 단순한 예약금에 불과하며,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가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가계약금이 자동으로 반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1다248312 판결에서는 가계약금이 해약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판결에 따르면 ‘가계약금이 해약금 약정으로 인정되려면 단순히 금전이 오간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약정의 구체적 내용과 교섭의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금액만 오간 상태라면 단순한 예약금에 불과하지만 거래 조건과 약속이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합의되었는지가 판단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Remark] 가계약이지만, 포기에 따른 법적 책임 있을 수도…
더 자세히 보자면 가계약금 분쟁의 본질은 ‘누가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일방의 계약 포기에 법적 책임이 따르느냐’에 있습니다.
가계약은 본계약 전 단계지만, 일방이 아무런 합의나 정당한 사유 없이 거래를 철회하면 그 자체로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법원은 당사자 간의 합의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 상대방이 계약 체결을 신뢰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책임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는 가계약 단계에서 계약의 구속력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정당하게 형성한 신뢰를 침해한 경우 일정 부분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가계약금을 받고 다른 매수자와 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매도자에게 가계약금의 두 배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가계약금이 해약금으로 인정되면 매수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자는 받은 금액의 두 배를 반환해야 합니다. 반대로 단순한 가계약이라면 일방이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법적 책임은 발생하지 않으며 이미 지급된 금전은 원칙적으로 전액 반환됩니다.
[Remark] 분쟁을 막기 위한 방법 ‘가계약도 철저하게’
결국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를 남기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계약 조건을 명확히 하고 가능한 문서화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 형태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확인서 형태라도 자료를 보관해 둬야 합니다.

확인서에 들어갈 내용으로는 ▲매물 정보(주소, 동·호수 등) ▲매매금액과 지급 시기 ▲본계약 체결 예정일 ▲매도자와 매수자 서명 ▲본계약 미체결시 가계약금 반환 등 특약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항목만 갖춰도 훗날 법정에서 가계약의 존재와 거래 의사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만약 서류 작성이 어렵다면, 거래 과정에서의 대화 내용을 문자 메세지·카카오톡 메시지 또는 녹음 형태로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Remark]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세금이 남았네
계약 파기가 끝이 아닙니다. 가계약금 혹은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될 때, 위약금도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매도자가 배액상환을 하는 경우 매도자는 위약금의 22%를 매수자의 기타소득세로 원천징수하고 이를 다음달 10일까지 세무서에 신고납부 하여야 합니다. 매수인은 위약금을 세금 제외 후 받고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시 다른 소득과 합산해 신고해야 합니다.
만약 매수자가 변심해 계약이 깨진다면 매도자가 계약금을 위약금 내지 해약금으로서 수취하게되어 별도의 원천징수 의무가 없습니다. 이미 매도자가 계약금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매수자가 이를 원천징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매도자가 다음년도 5월에 본인의 종합소득세 신고시 이 부분을 기타소득에 포함하여 자진신고하면 됩니다.
아파트 계약 불발 시 계약금 반환 여부에만 집중하고 사후 처리를 간과하기 쉬운데 자칫하면 가산세까지 물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5월 국세청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이 파기되어 발생한 위약금 수입에 대한 신고를 누락할 경우, 국세청의 세무조사 사전 분석대상자로 지정되고, 가산세까지 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수억, 수십억’ 단위의 계약이 이뤄지는 부동산 거래에서 계약과 관련한 사항은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가계약금과 관련한 법적 분쟁은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정신적·금전적 부담을 남기는 만큼 가계약의 법적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고, 가능한 한 객관적 증거를 남기는 습관을 지니는 것이 좋습니다.
한 줄의 문구나 문자, 통화 기록이 향후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단초라는 것을 명심해야 겠습니다.
/[리마크]주목해야 할 부동산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