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수첩 들고 전국 짜장면 맛집 찾아 돌아다닌 피아노 조율사의 정체 [여책저책]
갈수록 잊혀지는 것이 있습니다. 70~80년대 생이라면 익숙했을 추억 하나 떠올려볼까요. 그 시대 전국 어느 마을을 가든 중국집은 꼭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짜장면이나 짬뽕, 탕수육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면 입가에는 침이 잔뜩 고이고는 했습니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이삿날 등 특별한 날의 1순위 방문처는 역시나 중국집이었죠. 그만큼 중국집은 서민들에게 친근했던 곳이었습니다.

전국 중국집을 찾아 다니며 중화요리와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 출간했습니다. 좀 더 특이한 부분은 저자가 피아노 조율사라는 점인데요. 책은 빠르게 사라져가는 일상의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며 한국 특유의 정서와 추억도 발견하게 합니다.
여행플러스는 책 ‘중국집’을 통해 ‘가까운 곳을 새롭게 바라보는 여행’을 소소하게 전합니다.
조영권|린틴틴

저자는 한 마디로 중식 마니아다. 전국을 누비며 조율 일을 마치고 웬만해선 빠지지 않고 동네 중국집을 찾았다. 오래된 가게, 평생 한 가지 일만 해온 사람들, 음식 하나에 삶을 녹여 놓은 이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자신이 걸어온 길과 비슷해서인지 공감이 갔다.
그렇게 모으고 모은 자료를 정리해 책으로 엮은 것이 ‘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다. 2018년 가을 빛을 본 이 책은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8년이 지난 뒤 디자인과 일부 정보를 바로잡아 개정판 ‘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국집 탐방기’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저자는 피아노 조율이라는 직업을 통해 전국 각지의 도시와 마을을 찾았다. 망가진 음을 바로잡는 섬세한 작업을 마친 뒤 그는 조용히 수첩을 꺼내 들고 동네 중국집을 찾아 나선다.
수첩에는 오랜 시간 동안 모은 중국집 이름과 주소, 음식에 대한 메모가 빼곡히 적혀 있다. 그렇게 축적된 기록이 바로 ‘중국집’의 출발점이다.
책은 피아노 조율 작업과 이어지는 중식 노포 탐방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탕수육 등 한국식으로 정착한 중화요리를 맛보며 가게마다 다른 음식의 특징과 가게의 역사,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한 세대의 식문화와 지역 생활의 풍경을 기록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중국집이라는 공간이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보여준다. 짜장면은 한국에서 가장 친숙한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고, 중국집은 동네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생활 공간이었다.
그러나 같은 짜장면이라도 가게마다 맛과 조리 방식, 분위기가 모두 다르며, 그 차이가 각 가게만의 역사와 개성을 만들어 왔다.
책은 이러한 차이를 세심하게 기록한다. 물짜장, 고추짬뽕, 간짜장, 유니짜장, 수타짜장면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며 각 음식이 가진 특징과 지역별 분위기를 함께 소개한다. 군만두와 탕수육, 볶음밥 같은 대표 메뉴 역시 가게마다 다른 맛과 조리법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야기는 글뿐 아니라 만화 형식의 그림으로도 표현된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이윤희 작가가 참여해 책 곳곳에 담백한 만화를 더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며 피아노 조율사의 일상과 중국집 풍경을 한층 친근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국수의 맛’과 ‘경양식집에서’ 등도 집필했다. ‘중국집’은 이 두 책과 함께 ‘피아노 조율사 탐방기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전국 곳곳의 중국집을 잇는 작은 지도를 만들었다.
책은 피아노의 음을 맞추는 조율사의 손길처럼 오래된 중국집과 그 안의 사람들 이야기를 조용히 기록한 한 권의 생활문화 기록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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