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혁신 우려에 ‘박스피’… 성장동력 실패땐 3300 못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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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미국처럼 혁신 기업으로 채워질지, 일본처럼 과거에 머물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이끌고,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등 사회적 노력이 집약돼야 할 시기다."
정 이사장은 "미국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 지적 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바꾸면서 혁신에 성공한 반면에 일본은 혁신에 실패하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한국은 미국처럼 성공할지, 일본처럼 실패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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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올리는건 결국 기업 몫…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 이끌어야
소액주주 등 투자자 보호 더불어… 복수의결권 등 경영권보호 절실
세계 각국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증시는 여전히 ‘박스피’(박스권에 머무는 코스피)에 갇혀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와 이로 인한 한국 증시의 소외 현상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부진한 코스피 흐름을 두고 “한국 경제가 탈(脫)제조업 시대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결과”라며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중국에 밀리지 않겠냐는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내 투자자나 기관들이 한국 증시를 등지고 미국 등 해외 투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정 이사장은 “자본시장 경제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동기가 있는 곳에 투자하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냐”며 “1980년대 미국 투자자와 1990년대 일본 투자자들도 자국이 아닌 해외 투자로 전환했는데, 한국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최근 거래소가 정부와 함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기업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은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서 주가를 기업의 내재적 가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거래소가 아니라 기업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증시, 더 나아가 한국 경제가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 이사장은 “미국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 지적 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바꾸면서 혁신에 성공한 반면에 일본은 혁신에 실패하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한국은 미국처럼 성공할지, 일본처럼 실패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1989년 12월에 당시 사상 최고치(38,957엔)를 기록한 뒤 35년 만인 올해 40,000엔을 넘었다”라며 “(이대로라면) 한국도 2021년 6월 기록한 3,300 선이 35년간 역대 최고 수준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혁신 기업을 키우고, 국내 증시에서 이들을 품기 위해서는 소액 주주 등 투자자 보호와 더불어 ‘경영권 보호’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일명 ‘매그니피센트 7 (Magnificent 7·M7)’이 급성장해서 미국 증시를 이끌 수 있는 배경에는 복수 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제도가 한몫했다는 판단이다.
정 이사장은 “쿠팡이 미국 상장을 선택한 배경에 미 증시가 복수 의결권 제도를 인정했던 점도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경영권 보호와 관련해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정치권 등이 무거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도입이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라며 “정치권에서 유예든, 폐지든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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