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위해 매일 챙겨 먹는 비타민 영양제가 오히려 간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최근 의료계의 경고로 잇따르고 있다. 2025년 10월, 비타민 C를 과다 복용한 한 환자가 신장결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양제 과다 섭취의 위험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서 많이 먹어도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과 특정 기능성 원료들은 적정량을 초과할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 A·D·나이아신, 간독성 유발하는 3대 위험 영양제

대한간학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타민 A는 가장 주의해야 할 영양제 1순위로 꼽힌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는 체내 지방 조직에 축적되어 쉽게 배출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하루 권장량인 750-800µg(남성 기준)을 4배 이상 초과하는 12,000µg 이상을 복용하면 황달, 간비대증, 간경변 등 심각한 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임산부가 비타민 A를 과다 복용할 경우 태아의 선천성 기형 위험이 급증하며, 흡연자나 석면폐증 환자의 경우 폐암 사망 위험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의료진들은 임산부는 반드시 베타카로틴 형태의 비타민 A만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타민 D 역시 과다 섭취 시 메스꺼움, 구토를 넘어 심장, 폐, 신장의 석회화를 유발할 수 있다. 2025년 6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결핍이 간질환 악화와 관련이 있지만, 과다 섭취 또한 장기 손상을 초래한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나이아신 고용량 복용, 간세포 섬유화까지 초래

고지혈증 개선을 위해 많이 사용되는 나이아신(비타민 B3)은 하루 상한선 35mg을 크게 초과하는 500mg 이상을 장기 복용할 경우 간세포 비대 및 섬유화를 유발한다. 2025년 9월 필톡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나이아신 과다 복용 시 얼굴·팔·흉부 황달, 극심한 가려움증, 메스꺼움, 현기증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피부 화상이나 통풍까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아신 대신 간독성이 없는 니아신아미드(니코틴산아미드) 형태의 비타민 B3를 선택할 것을 권장한다. 문제는 국내 유통 중인 비타민 B3 제품 대다수가 성분을 명확히 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뒷면 ‘원재료명’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이어트 영양제가 더 위험하다? 녹차추출물·가르시니아 경고
천연물 유래 기능성 원료들이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JAMA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약 1,500만 명이 간 독성 위험이 있는 보충제를 복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이어트를 위해 많이 찾는 녹차추출물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급성 간손상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2003년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녹차추출물 함유 체중조절제가 급성 간손상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조치를 받았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의 경우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하거나 긴급 간 이식이 필요했던 사례까지 보고됐다.
알로에 전잎 추출물(껍질 포함)은 2022년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원료 목록에서 완전히 삭제됐다. 1~2주 이상 장기 섭취 시 심각한 설사와 간독성 위험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글루코사민 역시 드물게 면역 알레르기 반응과 급성 간부전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칼슘·철분도 과하면 독! 신장·간 동시 공격

뼈 건강을 위해 먹는 칼슘 영양제 역시 과다 섭취 시 변비, 신장 기능 장애, 결석을 유발한다. 빈혈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철분제는 과량 섭취할 경우 간경화, 위장 불편, 흑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특히 철분제는 모양과 색이 사탕과 비슷해 어린이가 실수로 과다 복용할 위험이 크다.
질병관리청은 “칼슘과 철분 영양제를 동시 복용하면 체내 칼슘 농도 불균형, 골밀도 감소, 간·신장 손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지용성 비타민 두 종류 이상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도 안심 금물
비타민 C, B군 등 수용성 비타민은 소변으로 배출되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과다 섭취하면 문제가 된다. 2025년 10월 발생한 비타민 C 과다 복용 사례에서 환자는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량 비타민 C를 장기 복용해 신장결석으로 입원했다.
전문가들은 “수용성 비타민이라도 권장량을 지키고, 반드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해야 결석 생성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비타민 B6를 과다 복용하면 손발 저림, 몸의 균형 장애 등 신경계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미국 신경과 전문의의 경고도 나왔다.
영양제 안전하게 먹는 법, 전문가 상담 필수
의료진들은 영양제를 복용하기 전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할 것을 권장한다. 개인의 건강 상태, 체격, 복용 중인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맞춤 처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간 질환이 있거나 음주를 자주 하는 사람, 임산부, 흡연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식약처 공식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제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 권장 섭취량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동시에 복용할 경우 성분이 중복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가공된 영양제보다 채소, 과일 등 자연 식품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며 “영양제는 식사로 보충하기 어려운 영양소를 제한적으로 보완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강을 위해 먹는 영양제가 오히려 독이 되지 않으려면, 제품 선택부터 복용 방법까지 철저한 확인과 전문가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