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 60%가 청년인데…탈모약 건보 적용은 공회전
건보 적용확대 5개월째 지지부진
국내 환자 18만명 중 2040이 60%
전문가 “신약 급여 적용 서둘러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치료비 지원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증 원형탈모증 신약에 대한 급여 논의는 수개월째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결론 도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논의가 시작된 지 5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루미언트는 지난 2017년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았고 이듬해 중증 환자에 대한 급여 적용을 받으며 출시됐다. 이후 성인의 아토피피부염, 중증 원형탈모증과 소아 특발성관절염 등의 적응증도 추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중증 원형탈모증에 처방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되질 않아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 성인은 매일 4mg 용량의 약을 한 알씩 복용하도록 권장되는데, 한 알에 2만 원대라 한 달 치 약값만 6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올루미언트는 한국릴리가 지난해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중증 원형탈모증에 대한 급여 확대를 신청한 이후 보건복지부가 재정영향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다만 분석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아도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등 후속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당장 이달 열릴 약평위 상정 여부조차 기약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원형탈모증은 지나친 면역 활성으로 면역체계가 자신의 모낭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만성 질환이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평생 관리가 필요한 데다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그러나 단순한 스트레스 과다로 인해 생긴다거나 머리카락을 다시 심으면 되는 미용 질환이란 오해를 받아왔다. 두피 모발의 50% 이상이 소실되면 중증으로 보는데 눈썹과 속눈썹, 체모 등 몸에 있는 털이 빠질 경우 기능적인 문제로 이어져 환자에게 신체적 불편과 추가적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동안 원형탈모증 환자들에겐 경구용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등이 주로 처방됐다. 필요한 경우 DPCP(diphenylcyclopropenone)라는 물질을 이용해 탈모 부위에 인위적으로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을 일으키는 접촉 면역요법도 시도한다. 무작위 대조 3상 임상시험 등의 근거가 부족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신호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탈모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JAK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기존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일부 환자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에서 중증 원형탈모증에 처방 가능한 JAK 억제제는 2가지다. 한국릴리의 올루미언트가 2023년 3월 18세 이상 성인의 중증 원형 탈모증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고, 이듬해 9월 한국화이자제약의 ‘리트풀로(성분명 리틀레시티닙)’가 보다 넓은 12세 이상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적응증을 확보했다. 이 중 한국릴리만 중증 원형탈모증에 대한 급여를 신청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2023년 기준 17만 8000여 명이 원형탈모로 병원을 찾았다. 그중 20~40대 젊은 환자가 약 6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청년들에게 고가의 약값은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선 아직 중증 원형탈모에 대한 급여 적용 사례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으면서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권오상 대한모발학회 회장(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글로벌 3상 임상을 통해 원형탈모증의 치료 효과가 확인된 최신의 치료 옵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적용되질 않아 의료 접근성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며 “중증 이상 원형탈모 환자들은 극심한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직장 생활은 물론 대인관계, 일상적 외출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약에 대한 급여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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