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또 트럼프야? 흑인도 Z세대도 "노련하잖아"…막판 변수는 있다

뉴욕(미국)=박준식 특파원, 송지유 기자 2024. 10.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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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해리스vs트럼프(上)
[편집자주]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 대선 투표가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지만 흐름의 변화도 감지된다. 미국의 다음 4년이 어떤 모습일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어떨지 짚어본다.
채찍 든 그녀, 당근 든 그…대선 D-10, 미국인 선택은 '본능'?
[브룩필드=AP/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브룩필드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전 와이오밍주 공화당 하원의원 리즈 체니와 대담하고 있다. 카멀라 부통령은 대선을 2주 남겨 놓고 체니 전 의원의 지원을 받으며 경합주 보수 성향 여성 표 공략에 나섰다. 2024.10.22.
26일로 이제 딱 열흘 남은 미국 대선(11월5일)에서 민주당은 8년 전 10월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 악재를 맞으며 역전패 한 힐러리 클린턴의 악몽을 떠올린다. 첫 여성 대통령 탄생에 재도전했지만 최근 민심 움직임이 아슬아슬하다. 어쩌면 '맥도날드 대첩'이란 상징적 사건이 선거 뒤 회자될지도 모른다.

지난 20일 맥도날드 지점에 찾아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대선 후보)은 상대의 허를 찔렀다. 앞치마를 두르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날랐고, 드라이브스루 판매 창에서 고객이자 유권자를 맞았다. 이날 그의 행보는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7대 경합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펜실베이니아에서 '샤이 트럼프' 결집을 노린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날드는 이곳에서 '시급제'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대선 후보)이 선점한 정치 수사였다. 트럼프는 이를 역이용해 실제 앞치마를 두를 자는 자신뿐이란 이미지를 남기려 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스터빌-트레보스에 있는 햄버거 체인인 맥도날드서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을 받는 감자 튀김을 전달하고 있다. 2024.10.21 /AFPBBNews=뉴스1

트럼프는 이 모습으로 정책적 어젠다 차이도 보여줬다. 민주당은 프랜차이즈에서도 노조 결성을 용이하게 하려 한다. 연방 최저시급도 현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면 트럼프는 이런 정책 방향은 오히려 실업률을 높일 거라고 주장한다. 올해 맥도날드는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따라 햄버거 세트 가격을 올렸다가 고객 감소에 급히 저가세트를 내놨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식품 가격 통제 정책을 실행하면 맥도날드는 경영이 어려워져 결국 저소득 근로자가 직업을 잃을 거라 본다.

이는 단적인 사례이지만 해리스의 정책들은 중산층 이상에게 '채찍'으로 느껴지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관세를 높여 유권자 약 40%에 소득세 일부 또는 전면 면제를 해주겠다는 '당근'을 흔든다. 관세가 결국 소비자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이 있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다. 법인세 인하 정책은 당연히 기업들이 선호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가 지지율을 높이는 추세다. 당락을 결정할 7개 경합주 상황도 비슷하다. 뉴욕타임스가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데 따르면 25일 기준 경합주에서 두 후보는 3대 3대 1(거의 동률)의 초박빙 대결 중이고,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주요 조사 평균치에 따르면 역시 박빙 차이이지만 트럼프가 7곳 모두에서 우위에 있다.

뒤집어진 미 대선 당선 확률/그래픽=윤선정

최근 정치매체 더힐은 트럼프가 선거인단 272명을(매직넘버 270) 확보해 266명의 해리스를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날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도 현재 공화당이 양쪽 모두 다소 앞서 있다. 트럼프는 당선 시 1892년(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처음으로 징검다리 재임을 하는 미국 대통령이 된다.

교체 투입돼 초반 돌풍을 만든 해리스는 낙태권 복원을 원하는 여성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유색인종임에도 흑인 남성에는 외면을 받는다. 최근 시카고대 조사에서 흑인 남성 26%는 트럼프를 찍겠다고 했고, 해리스 지지는 초기 90% 이상에서 58%까지 떨어졌다. 중동전쟁 확대에 이도저도 못하는 당의 한계로 인해 미시간 같은 경합주에선 아랍계가 돌아섰다.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감싸는 트럼프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 지지율은 놀랍게도 45%에 달해 해리스(43%, 유거브 조사)를 넘어섰다. 여론은 트럼프가 더 분쟁을 잘 조율할 거 같다(39%, 해리스 33%)고 한다.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은 막판 총력전이다. 진보 성향 매체 뉴욕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빌 게이츠가 해리스 측에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후원했으며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최고경영자)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팝스타 비욘세는 유세에 동참한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진작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유권자에게 하루 1명 100만달러를 주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 우주탐사 등 사업 활동에 있어 트럼프가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흑인도 Z세대도 "트럼프"…흔들리는 해리스, 반전카드 3가지
그동안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했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꺾이면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환호하는 지지자들. /AP=뉴시스
아직 불투명하지만 미국 대선을 열흘 앞두고 판세의 변화는 분명히 감지된다. 그동안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했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꺾이면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금융시장에서도 트럼프 당선을 전제로 움직이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 78세 고령에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트럼프에게로 선거 막바지에 표심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지난 9월10일(현지시간) ABC 주최 TV토론 이후 대세론이 일었던 해리스의 지지세가 약해지는 건 왜일까. 해리스가 짧게 남은 시간 다시 판세를 뒤집고 승리할 수 있을까.

◇'해리스 < 트럼프' 뒤집힌 당선 확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BBNews=뉴스1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공개한 자체 선거결과 예측 모델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54%로 해리스 부통령(45%)에 앞선다. 이 분석에서 트럼프가 앞선 건 지난 8월19일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가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6명을, 해리스가 262명을 각각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다수 여론조사들을 종합해 자체적으로 내놓은 전망에서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52%로 해리스(48%)를 제쳤다. 이 조사에서도 지난달 중순 이후 격차가 좁혀지다 최근 뒤집힌 것이다.

이들 매체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브스, CNBC 등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선 승패와 직결되는 경합주 7곳(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네바다)에서 팽팽했던 힘의 균형이 트럼프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뒤집어진 미 대선 당선 확률/그래픽=윤선정
뉴욕타임스 집계 경합주 7곳 지지율 현황/그래픽=윤선정


◇"경제·외교·안보 더 잘 할 것"…노련한 트럼프 찍겠다

해리스에 다소 밀리던 트럼프가 뒷심을 발휘하는 배경에는 공화당 성향의 부동층을 비롯해 흑인·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남성들의 결집이 있다. 이는 해리스가 '집토끼'로 불리는 흑인·라틴계·노조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와 맞닿아 있다. 민주당이 공화당의 낙태 정책을 활용해 여성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동시에 남성 유권자들을 트럼프 진영으로 몰아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련한 트럼프가 경제·외교·안보 등 전반에서 해리스보다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집권당인 민주당이 미국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인식이 강해 '억만장자 사업가' 트럼프 쪽으로 세가 기울었다는 평가다. 또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해결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문제를 훨씬 노련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노련한 트럼프가 경제·외교·안보 등 전반에서 해리스보다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AFPBBNews=뉴스1

2016년부터 3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과 각종 사법리스크 등 이슈가 워낙 많이 노출돼 유권자들이 무감각해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존 규범을 무시하는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지지자들은 그를 평범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트럼프의 거짓말이나 위법 행위보다 월세와 물가 등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밖에 팁으로 얻은 수입에 대한 세금 면제(네바다), 내연기관차 제조공장 일자리 보장(미시간) 등 경합주 맞춤형 틈새 공약도 표심을 흔드는 데 주효했다는 해석이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 강조돼 온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로 보수화가 가속화하며 트럼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4년간 잠잠했던 해리스가 갑자기?"…막판 변수는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클락스턴에서 열린 선거집회에 참석해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과 합동 유세서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2024.10.25 /AFPBBNews=뉴스1

해리스 부통령의 기세가 꺾인 가장 큰 요인은 지지층의 분열이다. 특히 흑인·젊은층 등 남성들이 해리스에 등을 돌리면서 위기에 놓였다. 이는 민주주의의 역사이자 상징인 미국에서도 '첫 엘리트 흑인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경제·외교·안보 이슈를 제대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막연한 인식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4년간 부통령으로서 성과나 존재감이 약했던 해리스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대선 종반전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바이든의 뒤를 이어 7월 중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등판하면서 자신의 색을 드러낼 핵심 공약이나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꼬리표도 떼지 못했다. 미국 SNS 분석회사인 '임팩트 소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7대 경합주 유권자들의 해리스 관련 게시물 중에는 "4년간 왜 국경정책을 포기했나", "해리스팀이 망친 경제를 해리스가 되살릴 수 있나", "해리스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등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다만 최근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미미한 데다 변수가 많아 최종 승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샤이 트럼프', '히든 해리스' 등 여론조사의 부정확성도 감안해야 한다. 해리스가 남은 기간 판세를 다시 뒤집을 카드로는 △중동전쟁 정리 △흑인·히스패닉·젊은층 유권자의 대결집 △트럼프 진영의 큰 실수 등이 있다.

뉴욕(미국)=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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