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론 절대 안 담겨요”… 사계절 내내 예쁜 그 정원 어디?

하늘을 찌르는 메타세콰이어 숲길
계절마다 바뀌는 꽃의 향연
시민 위한 쉼터로 다시 태어나다
출처: 아가페정원 홈페이지 (아가페 정원 풍경)

울창한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숲길을 걷다 보면, 마치 깊은 산속 비밀 공간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렇게 발길을 이끄는 이곳은,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에 자리한 ‘아가페정원’이다.

사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지닌 이 민간정원은 조용한 힐링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소란스러운 도시의 소음을 잠시 잊고, 고요한 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익산 시민뿐 아니라 여행객에게도 특별한 쉼표가 된다.

아가페정원의 시작은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故 서정수 신부와 박영옥 이사장이 함께 설립한 노인복지시설 ‘아가페정양원’은, 어르신들이 자연 속에서 평안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원을 조성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태어난 정원은 오랜 시간 정성껏 가꾸어지며, 2021년 3월 전북특별자치도(당시 전라북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공식 등록되었다. 단순히 수목 몇 종을 심어놓은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마음이 공존하는 정원으로 완성된 셈이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아가페 정원)

아가페정원의 가장 큰 매력은 계절마다 변화를 선사하는 풍경이다. 봄에는 수선화와 튤립, 목련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4월 중순부터 5월까지는 고려연산홍 터널이 붉게 물든다. 붉고 분홍빛 연산홍이 활짝 핀 그 길은, 누구나 한 번쯤 멈춰 서서 사진을 찍게 만드는 포토존이 된다.

초여름이면 양귀비가 바람에 흩날리고, 가을이 오면 상사화가 붉게 피어난다. 11월엔 공작단풍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며, 정원 전체가 붉고 노란 물결로 채워진다. 매 계절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이 정원은, 계절의 변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늘 끝까지 뻗은 메타세콰이어는 이 정원의 상징 같은 존재다. 마치 나무로 된 울타리처럼 길게 조성된 산책로는, 그 자체로 그림이 된다.

발밑엔 낙엽이 푹신하게 깔리고, 위로는 초록의 천장이 드리워져 걷는 내내 자연의 품에 안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출처: 아가페정원 홈페이지 (아가페 정원 풍경)

향나무, 소나무, 오엽송, 백일홍, 은행나무 등 다양한 관상수들이 길을 따라 이어지며 숲길을 걸을 때마다 싱그러운 공기와 어우러진 풍경이 잊고 있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길 위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연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정원은 원래 개인 소유의 사유지였지만, 익산시와 익산산림조합, (사)푸른익산가꾸기운동본부가 협력해 2021년 5월부터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됐다.

단, 주말과 공휴일에는 쾌적한 관람을 위해 방문 2주 전까지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예약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능하며, 신청 방법도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다.

개방 시간은 하절기(3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11월~2월)에는 오후 4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일이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아가페 정원)

주차 공간과 입장은 모두 무료이며, 정원 내에는 수녀님이 운영하는 소박한 카페도 마련돼 있어 산책 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여유를 더할 수 있다. 정원을 천천히 둘러본 후 마주한 그 찻잔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위로가 된다.

아가페정원은 단순한 조경 공간이 아니다. 세월과 정성이 스며든 이 정원은 자연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숨 쉴 틈을 건넨다.

꽃과 나무, 그리고 그 사이의 고요한 숲길이 주는 위로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숨을 들이쉬고, 나무와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시작된다.

익산의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 정원은, 도심 가까이에서 자연을 만나는 특별한 기회다.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아가페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