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 챙겨드세요, 정신건강에도 GOOD

- 소화 및 포만감에 도움되는 식이섬유, 정신건강에도 긍정적 영향
- 성별, 식사량, 운동량 등에 따라 맞춤화 식이조절 중요

식이섬유(섬유질)라 하면 보통 ‘소화를 원활하게 해주는 성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혹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해, 과식을 막는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가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구팀이 ‘식이섬유 섭취량이 부족하면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커진다’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조신영 임상강사 연구팀은 국내 40~79세 성인 1만 1,288명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식이섬유 섭취와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23일(월)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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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화되는 정신건강 문제

정신건강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만 봐도 우울, 불안을 비롯한 각종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을 찾는 사례는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그려왔다.

정신건강 문제는 그 자체로 삶의 질과 의욕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실제로 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이 심혈관 질환이나 암을 비롯해 각종 만성질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방 함량이 높은 서양식 식단이 우울증 발병 위험을 높이는 반면, 지중해식 식단은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이는 정신건강이 개인의 식이 및 영양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특히 ‘식이섬유 섭취량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식이섬유는 탄수화물의 일종이지만, 일반적인 영양소와 달리 소화기관을 통해 소화되지 않는다. 그 대신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전반적인 소화 능력을 높이고 체내 염증을 감소시키는 등의 유익한 효과를 발휘한다.

식이섬유 섭취 적으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아

연구팀은 한국인 유전체 연구 코호트(KoGES)에 등록된 남성 4,112명과 여성 7,176명의 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일 식이섬유 섭취량’을 다섯 그룹(1~5분위)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최소 섭취군(5분위)을 기준으로, 나머지 그룹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성별에 따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정신건강 상태를 비교하기 위한 항목으로는 ▲높은 스트레스 인식(BEPSI-K) ▲주관적 건강상태 ▲사회심리적 불편감(PWI-SF) ▲우울(CES-DK) 네 가지를 선정했다. 이외에 연령, 흡연 여부, 운동량, 소득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생활습관 변수에 대해 조정했다.

분석 결과,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은 사람은 정신건강이 악화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5분위)은 다른 4개 그룹에 비해 ‘사회심리적 불편감’을 겪을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46%, 여성은 53% 더 높았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느끼는 두려움, 낮은 자존감 등 부정적인 자기 인식, 타인의 시선 및 평가에 대한 두려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한 그룹은 ‘높은 스트레스 인식’ 항목과 ‘우울’ 항목에서도 더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높은 스트레스 인식은 남성이 43% 더 높게 나타났고, 우울 항목은 여성이 40% 더 높게 나타났다.

데이터 원본 출처 :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남성은 식사량 많을 때, 여성은 식사량 적을 때 위험

또한, 연구팀은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5분위)에 대한 하위 분석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총 에너지 섭취량(kcal)’에 따라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의 경우 총 에너지 섭취량이 많으면서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한 경우, 여성의 경우 총 에너지 섭취량이 적으면서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한 경우에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높은 에너지 섭취로 비만이나 대사 증후군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은 에너지 섭취량이 적으면서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하면, 전반적인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피로감과 우울감이 증가하고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이 증가할 수 있다. 총 에너지 섭취량이 많은 여성은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어도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소화능력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의 경우,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어도 충분한 에너지 섭취를 통해 규칙적인 신체 활동과 소화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정신건강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5분위 남성은 총 에너지 섭취량 평균 미만군보다 평균 이상군의 정신건강 위험 높음. 5분위 여성은 총 에너지 섭취량 평균 미만군의 정신건강 위험이 높고, 평균 이상군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음. / 출처 :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식이섬유 부족하면 운동 충분히 해도 위험

추가적으로,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5분위)이 ‘매우 활발한 신체활동(1주일 중강도 유산소 운동 3회 이상, 총 5시간 이상)’을 병행할 경우,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더 크게 증가했다. 이는 남성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의 근섬유는 탄수화물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2형 근섬유’가 많다. 식이섬유는 탄수화물의 일종이지만, 직접적으로 근육에 에너지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에서 발효·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이 2형 근섬유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즉, 식이섬유의 적절한 섭취를 통해 신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원이 부족할 경우, 운동 후 회복이 어려워지고 피로감이 누적된 채 계속 증가할 수 있다. 신체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감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식이섬유의 부족은 뇌 건강과 정신적 안정에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남녀 모두의 정신건강에 있어 적절한 식이섬유 섭취가 필수적인 요소임을 확인했다”라며 “특히 개인의 신체활동 수준, 총 에너지 섭취량을 고려한 맞춤형 식이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트(Nutrients)」 최근 호에 게재됐다.

5분위 남녀 모두 신체활동이 매우 활발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더 컸고, 이런 경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두드러짐. / 출처 :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좌), 조신영 임상강사(우) / 출처 :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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