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명예훼손' 재판 증거 기사 쓴 뉴스타파, 앞으로는 보도 금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증거 기록 기사화 한 언론사명 거론하며 위법 지적
뉴스타파 "재판장 지적 수용...다만 검찰과 정권 무모한 언론탄압 감안해 보도 계획"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뉴스타파 vs 윤석열) 사건 재판부와 검찰이 재판 증거기록을 기사화한 뉴스타파 등 언론사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을 설득하고 상의해보겠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시작한 지난 1년여간 소위 '언론플레이'를 해서 피의사실이 흘러나간 것에 대해 형평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는 김만배·신학림 녹취를 통해 윤석열 전 대검 중수2과장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다뤘다.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보도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지난 9월 검사 10여명을 투입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윤석열 대선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뉴스타파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비판기사를 쓴 언론사와 언론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3000여명으로 알려진 대규모 통신조회를 진행했고, 상당수 피의사실이 재판 시작 전 언론에 공개됐다.
뉴스타파는 재판 증거기록 중에서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 무마 정황을 추가로 발견해 최근 이를 보도했고, 타 언론사에도 제공했다.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최근 책 '압수수색'을 펴냈다. '압수수색'에는 대선후보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와 언론인들을 어떻게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었는지, 비판보도에 대해 정치권이 나서서 어떻게 언론을 비난했는지를 비롯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록 등을 담았다. 수사와 기소를 통해 언론을 탄압하는 검찰과 이러한 검찰에 무분별하게 압색 영장 등을 내준 법원이 문제라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지난 29일 세 번째 공판에서 “어제(28일) 저녁 검찰 의견서가 들어왔는데 열람·등사한 증거기록이 그대로 스캔 돼 직접 인용된 기사가 상당수 발견됐는데 재판과 관련해 입수한 증거를 보도에 사용하는 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6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에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검사가 열람·등사하도록 한 서류 등을 소송 준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교부·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허경무 판사는 “피고인들이 기자이고 기자로서 쓴 기사에 대해 기소가 된 특수성이 있는데 관련 (증거)자료가 뉴스타파라는 피고인들이 소속된 언론기관을 통해 검찰 측 기소에 대한 부당함을 반박하는 형태로 기사화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증거기록이 그대로 직접 인용되는 기사들이 상당수가 발견됐다고 한다”며 한겨레, 경향신문, 미디어오늘을 거론했다. 이어 “관련 기사가 나오는데 '뉴스타파에서 제공된' '뉴스타파에서 입수한 대검 중수부 수사기록' 등 뉴스타파에서 제공한 소스에 의해 기사가 작성했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허 판사는 “(형소법 266조의16이) 현실적으로 사문화된 법률이 아닌가 싶어서 판결문을 검색해봤는데 큰 숫자는 아니지만 처벌받은 사례를 10건 이상 봤다”고 했다. 허 판사는 “공판 과정에서 제가 얘기하는 게 기사가 되고 양측 공방이 기사화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그 과정 속에서 반드시 왜곡이 있다”며 “(방청석에) 신문기자분들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는데 양측 주장 내지 재판부가 하는 말 모두가 토씨하나 안 틀리게 인용되는 게 아니고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인용이 되어도 활자화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왜곡해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어쩔수 없는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직접 증거를 스캔해 보여주는 형태로 기사가 계속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허 판사는 “검찰이 우려하는 사태는 이 기사를 재판부가 보고 사건 방향 설정에 선입관이 작동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한다”며 “제 말을 어디까지 믿을지 모르지만 저희 재판부는 제 사건 관련 기사를 보지 않아 검찰 측에서 어제 의견서를 내기 전까지 이런 기사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재판부 지적에 김용진·한상진 측 신인수 변호사는 “재판장 말씀에 유념하겠고 서울중앙지검 의견서를 법정에서 받아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는데 피고인들과 상의하고 설득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다만 기소되기 전부터 검찰은 언론플레이를 했다. 점심시간 티타임 등에 공소사실, 범죄사실, 압수수색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고 이는 기자들이 증인일 것인데 (재판장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아니라 형평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 자기 방어 측면에서 필요한 소지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서로 진술하겠다”고 했다.
이에 허 판사는 “언론도 현실적으로 친여, 친야로 구분될 수 있고 대정부 투쟁 차원에서 기사 적어내는 걸 뭐라하는 건 아닌데 증거 기록을 직접 인용하고 보여주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기자단 간담회에서 사실을 흘린 피의사실공표죄 여부는 추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관련해 뉴스타파는 검찰과 재판부 의견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뉴스타파 측은 30일 미디어오늘에 “재판장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다만, 피고인 2명이 현직 기자인 점, 이 사건이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희대의 사건이자 검찰과 정권의 무모한 언론탄압 사건인 점 등을 감안해 향후 보도 방식과 방향을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검찰의 무리하고 무도한 공소 내용을 탄핵하고 '피해자 윤석열' 등 이 사건 관계자들의 거짓 주장과 증언, 언론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된 허위 사실 등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국민들께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판단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보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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