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농지·농촌…개발 가속화·삶의 질 하락 대응책 큰 관심

양석훈 기자 2024. 10. 2.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 국감 이것만은] (3)·끝 변화 기로에 선 ‘농지’ ‘농촌’
‘농지 관리 기본방침’ 내년 제시
지자체 전용 자율성 확대 걱정 커
식량자급률 기여만큼 교부금을
장기적 농촌공간계획 수립 더뎌
폐기물처리장 등 개선 못해 한계
의료·복지 서비스 만족도 높여야
이미지투데이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에 농촌공간의 쾌적성·편리성을 높이고 농촌주민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농촌부터 시작되는 지방소멸을 저지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식량위기로부터 국민 밥상을 지키기 위해 적정 농지를 보전한다는 계획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국정감사는 이같은 국가적 과제가 얼마나 실천됐는지 확인하는 장이다.

농지=농지제도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바뀐 ‘농지법’에 따라 내년 상반기 ‘농지 관리 기본 방침’을 내놓는다. 국가가 관리할 농지 목표 면적과 농지 관리 시책 방향 등이 포함되는 농지 관련 최상위 로드맵이다. 올해말에는 기본 방침 방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농지법 개정안’ 구상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 전체 농지 보전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역별로 할당한 뒤, 쿼터 안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농지 이용·전용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여건에 맞게 농지를 관리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보전 목표는 뒷전으로 밀리고 지자체의 자율성만 강조되면서 자칫 농지 잠식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지역에서 농지 보전보다 개발 수요가 큰 만큼 이를 관리할 정책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농업진흥지역을 신규로 지정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농지 보전 부담금 수수료의 8%를 가져가는데, 개발할수록 돈이 되니 더 개발하려는 유인이 생긴다”면서 농지 보전을 위해 만든 부담금이 반대 효과를 내는 상황에 대한 개선을 주문했다.

기본 방침에 담길 농지 보전 목표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는 150만㏊의 농지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이를 식량자급률과 구체적으로 연계하는 구상은 없었다”면서 “지역별로 농지를 할당하고 식량자급률에 기여하는 만큼 교부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농촌공간=농촌정책의 핵심인 ‘농촌공간계획’도 점검해야 한다.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올초 시행되면서 농촌을 포함한 전국 139개 지자체는 농촌공간의 장기적 청사진을 담은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자체가 계획을 세우면 정부는 농촌공간 재구조화와 재생을 위해 각종 사업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지자체 계획은 내년에 수립될 예정인데, 벌써 우려가 나온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은 “새로 생긴 제도인 데다 여러 법·계획과 얽혀 있어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용역업체도 계획을 수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따라 도입되는 특화지구를 두고 여러 쟁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고, 축사를 이전하는 등 농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한 혜택도 논의가 더뎌 계획 수립의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정당국의 의욕에 견줘 현장이 농촌정책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지자체의 농촌공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농식품부는 농촌협약을 통해 ‘생활권 활성화 계획’ 등을 세운 지자체에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행정리 2∼3개가 묶여 공모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는데, 이들 지역의 여건이 일부 개선될 수는 있지만 정부가 공언한 대로 농촌공간의 대대적 재구조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산업단지, 폐기물 처리장 등 대규모 시설은 전혀 건드리지 못하는 점이 한계”라고 꼬집었다.

농촌 삶의 질=농촌의 지속성과 직결된 농촌주민 삶의 질도 좀체 나아지지 않는다. 의료·복지 분야가 대표적이다. 최근 농경연이 공개한 ‘제4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 분야’ 만족도가 도시에선 2020년 6.8점(11점 척도)이 2022년까지 이어진 반면, 농어촌지역은 5.2점에서 5.1점으로 점수가 낮아졌다. 특히 의료서비스 수준, 분만 의료 및 출산 지원, 응급의료 등에서 도농 만족도 격차가 컸다.

정부는 농촌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 목표치를 설정하고 해마다 목표 달성 정도를 파악한다. ‘응급의료까지 소요 시간 30분 이내’ 등의 목표는 달성되고 있지만 주민들의 체감도가 개선되긴커녕 ‘공중보건의 장기 차출에 따른 농촌의료 마비’ 등의 사태가 터지며 악화되는 실정이다.

농경연은 “필수의료 접근성 보장 등 그동안 정책의 효과를 재검토해 정책 추진 방향을 재설정하고, 몇몇 하드웨어 중심 사업은 농촌주민의 체감도를 높일 사업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