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다는 위험한 착각…슬라보예 지젝 신간 '자유'

임순현 2025. 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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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의 '자유' 표지 [현암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가장 위험한 것은 마치 자유인 것처럼 누리는 비자유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는 슬라보예 지젝 미국 뉴욕대 석좌교수는 신간 '자유'(현암사)에서 자유를 '치유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정의한다. 수많은 사람이 자기가 자유롭다는 착각 속에서 절망적인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처럼 왜곡된 자유가 횡행하게 된 것은 자유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수식어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젝은 지적한다.

어떤 이들은 인간의 자유나 사랑의 자유를 위해 헌신하지만, 반대로 권력과 자본의 자유를 외치며 사람들을 억압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자유는 그만큼 매혹적이고 숭고하면서도 때로는 위험한 개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유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지젝은 영화 '매트릭스'를 인용해 자유의 진정한 개념을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영화 주인공 '네오'가 그랬던 것처럼 기존의 자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아를 내려놓고 말초적인 욕망을 초월할 때 비로소 자유를 객관적으로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슬라보예 지젝 미국 뉴욕대 석좌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젝은 이를 혁명의 논리와도 연결해 설명한다.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선 특정한 주체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인이 스스로 혁명 주체이자 도구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같은 논의는 현대 사회에서 자유를 위협하는 불평등 문제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돈이 많을수록 사회가 빈곤해지는 '부의 역설'이 생기는 이유는 인간이 더 많이 가질수록 더 큰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젝은 주장한다. 그러면서 부패 권력은 부를 확대해 시민을 가난하게 만들고, 명령의 범위를 넓혀서 시민을 죄인으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그는 권력에 의한 자유의 왜곡이 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지젝은 "정치 민주주의의 토대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정치 주체자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즉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선거 규칙을 이해하기 때문에,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지 않는다면 내전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경고한다.

노윤기 옮김. 492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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