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지는 추억의 수학여행… 서울 내 초교는 5%만 간다
비용 크게 뛰자 학부모들 불만
교사는 안전관리 부담 커져

“5월 제주도 수학여행비로 84만원을 내야 한다고 하네요. 돈 없으면 추억도 못 만들어주겠어요.” “외국으로 가는데 120만원 든다고 아이가 ‘가지 말까?’ 물어봅니다. 마음 짠해지는데, 안 가는 아이들은 없겠죠?”
‘수학여행’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비용이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각종 물가 인상에다 최근 전쟁으로 기름값까지 오르면서 지난해보다 여행비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학부모 민원과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 우려로 교사들이 수학여행을 꺼리는 가운데 올해는 비용 논란까지 더해진 것이다.
본지가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가 공개한 올해 수학여행 예상 비용을 살펴보니, 제주도 2박 3일 일정에 1인당 70만~90만원인 학교가 상당수였다. 예컨대, 서울 서초구 A초는 이달 말 제주도로 2박 3일 일정 수학여행을 가는데 비용이 83만원이다. 이 학교는 3년 전에도 같은 일정으로 갔는데 당시 비용은 61만원이었다. 3년 새 36%나 오른 것이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8월 말 싱가포르 3박 5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B초는 1인당 비용을 250만원으로 책정했다. 2024년엔 214만원에 다녀온 일정이다.
학교들은 물가 인상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서울 한 사립초 교감은 “밥값부터 입장료, 체험 활동비, 숙박비 등 거의 모든 가격이 다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주유비가 오르고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비싸지는 것도 영향을 줬다.
학령인구 감소도 한 원인이다. 서울 은평구 한 여고 관계자는 “수학여행을 가는 2학년이 작년보다 한 학급 줄면서 버스 대절비 등 1인당 경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비용 논란 때문에 수학여행을 취소한 학교도 나왔다. 최근 서울의 한 학부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3 자녀가 수학여행 비용이 말도 안 된다며 안 간다고 한다. 강원도 2박 3일에 60만원이다. 평일인데 숙박비, 식비 다 말이 안 되는 금액인 것 같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그러자 해당 학교는 수학여행을 아예 취소했다.
최근 들어 수학여행을 안 가는 학교는 급증하는 추세다. 수학여행 실시 여부는 교사들이 협의해 정하는데, 반대하는 교사가 늘었기 때문이다. 2022년 초등학생이 체험 학습 중 버스에 치여 숨지자 담임 교사가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선고 유예를 받은 사건 이후 이런 분위기가 커졌다고 한다. 황철규 서울시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중·고 1331곳 중 올해 수학여행 계획이 있는 학교는 231곳(17%)뿐이다. 작년 562곳(42%)에서 급감했다. 특히 초등학교는 30곳(5%)만 수학여행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철규 시의원은 “수학여행은 교실 밖에서 공동체와 협력을 배우는 중요한 교육 활동이자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라며 “학생들이 비용 부담과 교사들의 업무 부담 때문에 못 가는 일이 없도록 서울시교육청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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