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조심 또 조심... 여수 60대 3명 마비 증세로 병원 이송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신선한 해산물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제철을 맞은 생물 복어도 인기다. 봄철 복어는 살이 단단하고 감칠맛이 뛰어나 입맛을 돋운다.
복어는 탕, 회, 튀김 등으로 즐길 수 있어 수산시장이나 횟집에서 복어 요리를 찾는 발길도 이어진다. 그러나 신선하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복어는 잘못 손질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생선이다.
지난달 26일 전남 여수 남면 연도리의 한 마을에서 복어를 먹고 마비 증세를 보인 60대 3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들은 시장에서 구입한 생물 복어를 직접 조리해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해경이 경비함정을 동원해 이들을 육지로 이송했고, 소방당국이 여수에 있는 병원으로 각각 나눠 옮겼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어의 위험성은 다시금 드러났다.
복어 손질, 전문가만 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복어 조리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조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은 절대 복어를 손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복어 요리를 먹을 때는 반드시 조리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만든 음식인지 확인하고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복어는 알과 내장, 혈액, 아가미 등에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신경독소가 포함돼 있다. 이 독소는 인체에 극도로 치명적이다. 중독되면 구토, 신경마비,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테트로도톡신은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손질 단계에서 독을 완벽히 제거하지 않으면 끓이거나 튀긴다고 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식약처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4년까지 복어독 식중독 사례는 총 13건, 환자는 47명에 달했다. 발표된 수치만 이 정도다.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허용된 복어는 참복, 검복 등 21종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이들 식용 복어를 독성이 강한 복어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전문가조차 긴장할 정도로 복어 식별은 까다롭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전처리 복어'는 예외… 조리 가능 여부 확인해야

모든 복어가 조리 금지 대상은 아니다. 복어 조리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혈액, 내장, 아가미 등을 제거한 뒤 전처리해 유통하는 복어는 일반인도 조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구매할 때 반드시 '전처리 복어' 표시가 있는지, 관련 서류나 라벨을 확인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냉동 복어, 포장 복어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전처리되지 않은 복어를 무심코 손질하거나 먹으면 위험하다. 가격이 저렴하거나 손질이 편해 보여도 안전이 입증되지 않은 복어는 피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이나 직거래 장터에서 '직접 손질하는 법'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무심코 따라 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식약처는 복어 손질법이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복어를 먹은 뒤 손발이 저리거나, 두통, 현기증, 입술이나 혀 마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대응해야 한다. 테트로도톡신 중독 증상은 복어 섭취 후 10분에서 3시간 이내에 나타난다. 이때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이송돼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려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테트로도톡신 중독은 시간이 생명이다. 증상이 나타난 후 4~6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호흡마비로 이어질 확률이 급격히 상승한다.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처럼 약해 보여도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복어 요리, 반드시 전문가 손을 거친 것만 선택해야

복어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시장, 식당, 포장음식 어디서든 조리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손질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복어는 조심해서 먹으면 특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방심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복어 요리는 조리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얇게 썬 복어회는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살아 있다. 복어지리는 맑은 국물 맛이 깔끔해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튀김은 바삭한 식감 속에 부드러운 복어살의 매력을 살려낸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복어 특유의 맛을 한 번쯤 경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복어는 철저한 준비와 전문성 없이는 다룰 수 없는 위험한 식재료다.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생선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한편, 식약처는 앞으로도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복어 조리와 섭취 시 주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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