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부산을 크루즈 도시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걸어왔습니다”
부산~오사카 항로 개척만 24년
‘부산 원나잇 주말 크루즈’ 개발
국내 최초로 크루즈페리도 건조

부산~오사카 항로를 열고 국내 첫 크루즈페리를 건조한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이 ‘2025 부산관광대상’을 받았다. 부산 해상관광 기반을 구축해 지역 관광산업의 외연을 실질적으로 확장시킨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 김 회장은 “크루즈 하면 부산이 떠오르도록 작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번 부산관광대상은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더 분명하게 비춰주는 이정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2002년 부산~오사카 항로에 국적 카페리 ‘팬스타드림호’를 투입한 일은 업계에서는 ‘모험’으로 불렸다. 외국 선사가 장악하던 시장에서 국적선이 항로를 개척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지만, 부산은 해상관광의 관문 도시가 될 조건이 충분했다”고 회상했다. 이 노선은 24년간 150만 명 이상이 이용하며 한일 관광 교류의 대표 항로로 자리 잡았다.
팬스타는 단순 운송이 아닌 ‘승선 자체가 여행’이 되는 모델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팬스타드림호 객실 일부를 헐어 공연장과 VIP 라운지를 만들고, 기존 선실 체계를 호텔식 객실로 전환한 것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러한 변화는 한일·한중 카페리 산업 전반의 서비스 질을 끌어올렸다.
2004년 시작한 ‘부산 원나잇 주말 크루즈’는 김 회장이 꼽는 가장 의미 있는 도전이다. 매년 1만 5000명 이상이 이용하며 부산 해상관광의 대표 상품이 됐다. 올해는 502석 규모의 최고급 유람선 ‘팬스타 그레이스호’를 투입해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오륙도 연안 크루즈도 새로 열었다. 김 회장은 “부산 밤바다는 그 자체가 콘텐츠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통 크루즈 산업 육성에도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2017년 이탈리아 코스타 크루즈와 협업해 11만t급 ‘코스타세레나호’를 부산 모항으로 전세 운항했다. ‘부산이 크루즈의 출발점이자 도착지가 돼야 산업 전체가 성장한다’는 판단이 기반이었다.
지난 4월 취항한 팬스타 미라클호는 김 회장의 도전 중 가장 큰 이정표다. 부산 조선소에서 건조된 국내 첫 크루즈 페리로, 발코니 객실·야외수영장·대형 레스토랑·키즈존 등 5성급 시설을 갖췄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도 이제 크루즈선 건조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부산에서 만든 배가 부산 관광의 기반이 됐다는 점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크루즈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국 대학과 산학협력으로 크루즈 전문가를 꾸준히 키워온 것은 팬스타의 의무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세계해양포럼을 8년간 이끌며 제러미 리프킨·케빈 애시턴 등 석학을 부산에 초청한 것도 김 회장의 역할로 꼽힌다. 김 회장은 “부산이 세계와 연결되는 지식 네트워크를 갖춰야 해양도시 경쟁력이 생긴다”고 했다.
김 회장의 경영 철학은 ‘견리사의’(見利思義)다. 김 회장은 “이익보다 옳은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경영의 출발점이다”며 “남이 만든 시장을 빼앗기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길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부산 관광의 매력을 더 깊게, 더 넓게,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산 관광객 300만 명 시대를 넘어 1000만 명 시대를 향해 더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