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청동초 참사’ 2년…통학로 위험 여전
지난 18일 오후 부산 영도구 청동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가파른 언덕길 밑으로 승합차와 화물차가 지나다녔다. 그러나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건 시선 유도봉이 유일했다. 연석 설치 없이 도로 양쪽 끝, 초록색으로 색칠된 폭 1m 남짓의 공간에서 초등학생들이 오가고 있었다.

인근 떡집 사장 오연중(50대) 씨는 혀를 끌끌 차며 가게 밖으로 나와 “이게 인도로 보이나”며 “2년 전 참사가 발생한 당시에만 구청 관계자와 국회의원이 현장에 자주 왔지 지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한 국회의원이 ‘CCTV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며 “또 인근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해 불법 주정차를 막겠다고 했다. 이 역시 공수표에 그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치됐다가 철거된 중앙분리봉의 흔적도 발견됐다. 구는 2023년 등교 중인 초등학생이 지게차에서 굴러 떨어진 화물에 깔려 숨진 참사가 발생한 후 학교 인근 스쿨존 700m 구간에 중앙분리봉을 설치했다가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계속되자 일부를 철거했다. 주민들은 “사고 이전으로 돌아간 거나 마찬가지”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영도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도심(중·동·서·영도구) 지역은 산복도로형 시가지를 가진 까닭에 등하굣길이 특히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산시 구·군별 어린이 1만 명당 보행자 사고 건수는 원도심이 가장 많다. 4개 구의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은 35곳으로 부산 전체(820곳)의 4.2%에 불과하지만, 원도심 특성상 급경사와 곡선도로의 비율이 높아 차량의 속도 통제와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힘들어 취약 지역으로 꼽힌다.
청동초와 함께 서구의 대신초, 동구의 수정초도 학교 인근에 가파른 언덕길이 있거나 보·차도가 구분 안 돼 여러 사고 흔적과 위험 요인이 발견됐다. 이에 부산연구원이 원도심 지역 내 초등학교 재학 자녀를 둔 학부모를 상대로 보행환경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8명이 ‘자녀가 차량과 부딪칠 뻔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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