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곳간 점검]⑥ KB라이프생명, K-ICS 286% 우수 이유…"포트폴리오 적중"
자본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생명보험 업계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살펴봅니다.
KB라이프생명은 생명보험 업계의 최상위권 자본건전성을 달성한 비결로 '자산·부채 포트폴리오 전략 재정립'을 꼽았다. 금리하락기에 가용자본 확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채권 등 투자자산 비중 조정으로 기타포괄손익을 관리한 것이 안정적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기타포괄손익=일정 기간 주주와의 자본거래를 제외한 모든 거래(손익거래 등)와 사건으로 발생한 순자산(자본)의 변동인 포괄손익에서 당기항목을 제외한 것. 보고기간 종료일 현재의 잔액을 재무상태표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구분한다.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FVOCI) 평가손익, 재평가잉여금(재평가차익), 재측정요소 등으로 구성된다.
1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K-ICS 비율은 286.4%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200%대 후반을 유지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크게 상회했다.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가용자본이 높아지거나 요구자본이 낮아지면 수치가 커진다.
KB라이프생명의 요구자본 규모는 지난해 3분기까지 2조5000억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4분기 2조원대로 낮춘 후 올해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타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감소해 가용자본이 1조원 가까이 줄었다. 이는 전체 K-ICS 비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자산 규모 30조원 이상 생명보험사 중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손실로 전환되지 않은 곳은 삼성생명과 KB라이프생명뿐이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1조4000억원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을 확보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화생명(8730억원)이나 신한라이프(1247억원)보다 더 많다.
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원대였던 교보생명은 올 2분기 손실로 전환한 후 3분기에는 1조4000억원까지 폭을 키웠다. KB라이프생명도 액수 감소는 피하지 못했지만 3분기 2457억원을 확보했다.
KB라이프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타사 대비 감소 폭을 줄인 것은 꾸준히 FVOCI를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FVOCI는 19조4465억원을 보유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21조2495억원으로 약 10%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FVOCI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총액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막았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자본변동성을 축소하려면 FVOCI로 측정되는 금리부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도 FVOCI가 약 10% 증가하며 전체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의 감소 폭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밖에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 감소도 요구자본을 축소하는 데 한몫을 했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3분기까지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2조4920억원으로 추산됐으나, 4분기부터 1조7000억원대로 감소한 후 올해까지 이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당국이 지난해 12월 대량해지위험액 산출 제도를 변경하며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의 하위위험액 중 해지위험액이 크게 감소한 것이 주된 이유"라며 "올해는 할인율 현실화 방안이 단계적 도입되며 장기선도금리(LTFR)와 변동성조정(VA)이 하락한 것이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대량해지위험액 조정=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22] 2-6 해지위험액에 포함된 내용으로, 해지위험액은 옵션행사율 변화로 인한 요구자본과 대량해지로 인한 요구자본 중 큰 금액으로 산출한다. 대량해지위험액은 상품그룹을 구분하지 않고 회사 전체 수준으로 합산해 산출하며 저축성보험은 35%, 보장성보험은 25%가 일시에 대량 해지된다는 가정 하에 순자산가치 감소금액으로 계산한다. 기존에는 보험 구분 없이 모두 30%를 일괄 적용했다. 따라서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대량해지위험액 규모가 작아지게 된다.
KB라이프생명은 앞으로도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대한 선제 대응책으로 자산과 부채의 현금흐름을 관리하기 위한 자산부채관리(ALM)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다만 할인율 현실화 방안이 완전히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K-ICS 비율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에서 중장기적인 K-ICS 비율 목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는 게 KB라이프생명 측의 입장이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금융환경 변화 및 제도 개선 동향을 살피며 여기에 맞춰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K-ICS 비율을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자본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투자전략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