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배 트로트 가수에게 히트곡을 선물해 준 가왕 나훈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조명받고 있다.

가수 나훈아는 1966년 데뷔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히트곡들을 발표하며, 독보적인 음악 세계로 다양한 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후배 가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잡초', '무시로', '사랑', '영영', '고장난 벽시계' 등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한 그는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잘 주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느 날 찾아온 후배가수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한곡을 주게 되었다.

그 곡은 다름 아닌 가수 강진의 '땡벌'이었다. 세기의 히트곡으로 불리는 '땡벌'은 본래 나훈아가 1987년에 발표한 노래였다. 희자매 출신 가수이자 강진의 아내인 김효선은 강진이 무명으로 힘들었던 시절 '땡벌'을 부르는 것을 듣고 4집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쓰기 위해 직접 찾아가 리메이크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나훈아는 "왜 신곡이 아닌 '땡벌'이냐"라고 물었고, 강진은 "그 노래가 너무 좋다. 그 노래로 꼭 유명 가수가 되고 싶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강진의 간절함을 본 나훈아는 그동안 강진이 녹음한 음반들을 전부 자신에게 보내라고 말했고, 강진의 음악 스타일을 파악한 나훈아는 가사와 멜로디를 추가시켜 자신이 불렀던 '땡벌'이 아닌 강진에게 맞는 '땡벌'로 다시 만들어 선물해 주었다.

나훈아는 강진이 녹음하는 날까지 직접 찾아와 자신이 녹음한 가이드까지 전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가이드를 너무 많이 들으면 모창에 불과하다며, 녹음해 온 파일을 한 번만 들려준 뒤 바로 삭제해 버렸다고 한다. 또한, 나훈아는 곡 리메이크를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곡 사용료를 받지 않는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재탄생한 강진의 '땡벌'은 2001년 발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배우 조인성이 부른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역주행 히트를 기록. 이후, 2007년 KBS '뮤직뱅크'에서 트로트 곡으로는 이례적으로 1위를 차지하며, 결국 '땡벌'로 유명가수가 되겠다는 나훈아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강진은 한 방송에 출연해 나훈아에 대해 "인생에서 0번째 은인이다"라고 말하며 "가수로서 나를 낳아주신, 항상 잊을 수 없는 선배이다"라고 감사함을 표현했다.